러시아와 미국·유럽연합(EU)의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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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엘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자동차가 서로를 향해 달리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지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두 운전자가 정면으로 차를 돌진하고 충돌 전에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것입니다. 러시아와 미국·유럽연합(EU) 간의 러시아산 석유 제재는 일종의 치킨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유 제재로 발생하는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고통에 먼저 항복하는 쪽이 지는 게임입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고 전쟁 종식을 유도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석유를 국제 시장에서 완전히 차단하기로 했다면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올 수 있었겠지만, 미국은 오히려 인도 등 일부 국가들에게 싸게 석유를 사도록 암묵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유가 급등을 억제하고 글로벌 시장의 안정을 어느 정도 도모했습니다. 인도와 중국은 그 과정에서 저렴한 원유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은 국가입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는 제재로 인해 인도와 중국 등 비서방권 국가들이 저렴하게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게 되면서 일부 하향 안정화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러시아 경제를 결정적으로 붕괴시키거나 푸틴 대통령의 전쟁 의지를 꺾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석유와 석유제품 수출로 하루 수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며 군수 산업과 사회통치 비용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국과 EU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며 2차 제재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도산 러시아 원유 수입에 추가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도 직접적인 경제적 불이익을 주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뿐 아니라 인도처럼 이미 대규모로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던 신흥국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조치입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조달에 있어 경제적 이점을 누렸지만, 미국의 이번 관세로 인해 수출경쟁력과 대미 무역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에 인도는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주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U 역시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유 수입에 상한선을 적용하고 가격을 시장가보다 15% 낮게 유지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들여오는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정제유에 대한 전면 수입금지 등 다양한 보완책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도, 중국, 터키 같은 주요 신흥국들은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대대적으로 수입하고 있어, 이러한 방안들도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전체를 막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서방의 추가 제재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급등하면 오히려 서방이 참을성 한계에 먼저 봉착할 것이라며 버틸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사회복지 지출 등 정부 예산에 타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나, 크렘린은 서방보다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는 인내심이 더 크다고 자신하며 장기전 태세를 유지하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러시아 국부펀드의 유동자산이 80% 가까이 감소했고, 예산 적자가 커지며 정부가 곳간을 털고 있는 현실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선순위에서 사회복지 대신 전쟁 수행을 위한 자금 확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렇듯 양측은 모두 경제·정치적 한계선을 시험하며 버티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EU는 가격 상한제와 2차 제재 등을 통해 러시아의 자금줄을 조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나 완화 조건을 유도하려 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전 세계 유가 급등 위협을 카드로 내세워 서방의 의지를 시험하는 중입니다.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에서, 누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고 양보할지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입니다. 어느 한쪽의 결정적 후퇴 없이는, 이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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