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your name?

Life In Canada

by 림스

이곳에 온지도 5개월 차. 성실하게 시간은 흘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초여름에 들어와 어느덧 가을의 중심에 서있다. 하늘을 보면 가을이 온 것을 체감한다. 어딘가 모르게 슬픈 분위기를 내뿜으며 지는 석양. 유난히도 아니 기록적으로 더웠던 여름은 이미 저버렸다. 거짓말처럼 여름이 갔다.


일을 시작한 지도 5개월. 꿀인 줄 알았던 일이 그것이 아닌 것임을 체감하던 순간, 등줄기에 땀방울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영어들. 동전을 세지 못 하는 어린아이부터 거동조차 불편하신 어르신들까지 생각보다 많았던 손님들. 교육을 받을 때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고는 영수증을 달라던 손님들. 5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숙련이 되자 그들은 나에게 이름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시기 어린 눈초리로 나를 의심하던 눈빛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어리숙한 발음으로 말하니 짜증 섞인 말로 대답하던 그들이 나에게 이름을 물어봤을 때, 이제 나도 여기의 구성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어 이름이 나에게 버거운 것처럼 한국 이름은 그들에게 어렵다. 한국 이름 대신 Ryan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린 지 5개월이 되었다. 몇 마디 대화를 섞은 뒤 그들은 내게 이름을 물었다. Ryan이라고 대답하면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 뒤로 가게에서 나에게 Hi, Ryan라고 불러주었다.


이제 단골손님들의 이름들 마르틴, 어니카, 케이틀린, 마이크, 리키, 릭. 기억나지 않는 이름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꽤 된다. 의구심은 친밀함으로 바뀌었다. 어제까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오늘부터 우리는 같은 동네 이웃이 되었다. 한 계절이 흐르자 그들 삶 속에 스며들게 되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이 그만둔다. 대체할 사람을 뽑는다는 광고를 올려놓으니 단골손님들은 나에게 질문했다.


"여기 그만두고 떠나니?"


"아니"라는 대답으로 다른 직원이 그만둔다고 말을 했다. 별 거 아닌 질문이었지만 내겐 커다란 울림이 되었다. 크게는 아니더라도 나를 생각해준다는 점이 뭉글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미워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아침, 집 앞에 떨어진 단풍잎이 빨갛다. 생전에 있었던 크기와 똑같이 그늘에 누워있다.


가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