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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Oct 31. 2017

채워가는 방법

헬렌켈러가 결혼을 했다면

나는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신발을 신고, 때때로 서서 벽을 짚거나, 클러치로 걸을 수 있다. 그것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 보던 위인전<핼렌켈러>를 보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화 과정의 하나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핼렌켈러는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사회화 과정이 급속도로 발달해 왔다. 나 또한 많은 선생님을 만나 그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아들 지성이를 만나 그 과정이 완성되고 있음을 느낀다.


밥을 먹고, 신발을 싣고, 걷고, 휠체어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이, 온전히 내가 아닌 자녀와 함께할때 그것이 사회화된 삶의 패턴으로 스며든 것이다.

누군가는 '난 나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환경 속에서 ~와 살고 있다.'라는 말로 자립생활을 말할 수 있다. 물론 맞다. 그러나

'나는 나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와 함께 할때 그것을 채워나간가' 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내게 허락하신 한 가정 안에서의 축복인 동시에 힘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설리번 선생님은 50년동안 헬렌켈러의 눈과 귀가 되어 주었다. 어쩌면 그녀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헬렌켈러를 독점한 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도움 없이 살아가기를 희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자기의 통제를 벗어날까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름 최충일.

집에서는 "아빠, 남편, 아들"이고
직장에서는 사회복지사 또는 "최 선생님",
무대위에선 "엄지왕자",
친구들은 "쪼까니"(키가 작아서)라 부른다.

그리고 지체2급 장애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호칭과 별명을 갖는다.

그러나 "장애인"은 내게
호칭도 별명도 될수 없는 단어다.

어릴때 동네 꼬마들이 놀릴때 빼고는...
평소 사람들이 "장애인 안녕?"
이라고 한적은 없었다.

"장애인"이란 단어는 나의 삶가운데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불려지는
어색한 "middle name"이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남편,래퍼,직장인,아들로써...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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