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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Nov 25. 2017

엄마의 존재

자녀의 관찰과 선택

사회복지 관점에서 저 그림을 보고 유추할 수 있는 말들 중에는 "비장애 자녀를 둔 여성장애인" 혹은 "장애인 부모의 자녀" 등이다.

그러나 저 아이의 관점에서는 그냥 "엄마"일 뿐이다.
누군가가 저 아이에게 알려주고 정의해 주지 않는 한 대다수 사람들과는 모습이 다른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그냥 "엄마"다

저 아이 앞에서 누군가가 엄마를 향해 동정의 눈빛이나 동정의 말을 한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엄마가 힘들어한다면 저 아이는 "엄마의 행동과 반응"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성장할 것이다.

하나는,
"엄마는 남들보다 "불편"해->엄마의 불편함이 언젠간 결국 "불행"으로 이어질 거야->왜 엄마 때문에 나까지 힘들어야 해?(분노)"->엄마와 함께 하면 나도 불행해질 거야(외면)->장애인은 다 똑같아(부정 의식 고착)

다른 하나는,
엄마는 "특별"해->내가 엄마라면 할 수 없었을 거야(긍정)->우리 엄마니까 가능한 거야 엄마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호기심)->나도 엄마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도전)->장애인이라도 모두 엄마 같지 않아 왜 그럴까?(탐구)->내가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비전)->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참여)->세상은 우리와 많이 달라, 그들을 바꾸기 위해 나의 역할을 찾고 움직이겠어(책임에 따른 실천)

이러한 과정을 유추해보면서 정리한 결론은, 나를 포함한 장애 당사자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도 고스란히 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저 사진 한 장으로 나의 포지션을 점검해본다.

이름 최충일.

집에서는 "아빠, 남편, 아들"이고
직장에서는 사회복지사 또는 "최 선생님",
무대 위에선 "엄지왕자",
친구들은 "쪼까니"(키가 작아서)라 부른다.

그리고 지체 2급 장애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호칭과 별명을 갖는다.

그러나 "장애인"은 내게
호칭도 별명도 될 수 없는 단어다.

어릴 때 동네 꼬마들이 놀릴 때 빼고는...
평소 사람들이 "장애인 안녕?"이라고 한 적은 없었다.

"장애인"이란 단어는 나의 삶 가운데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불려지는
어색한 "middle name"이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 남편, 래퍼, 직장인, 아들로서...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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