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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May 03. 2020

아빠의 키, 아들의 키

나 아빠보다 키 더 커지면 어떡해

8살 아들. 무한 질문을 받아줘야 할 나이.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을 대화로 느낀다. 아빠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다른 아빠들과의 차이점. '키'에 민감하다.


"나 아빠보다 커지면 내가 아빠 해야 돼?"


단순히 웃어 넘기기엔 잔뜩 고민한 질문이라는 것을 느낀다.


자유롭게 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여행하며 황금연휴를 즐기는 내내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빠의 정체성을 키가 아닌 내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다.

아들의 관심사. 공룡의 멸종, 삼국시대 신라의 통일. 은하계 등등 지적 탐구를 함께 할 때. 아빠로서 성취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아들은 아빠가 무등을 태워 주거나 칼싸움, 공놀이 등 활동적인 것을 할 때 더 만족하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을 때때로 외면하거나 피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아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다시 말해 장애에 대한 긍정적 수용을 방해한다는 것을 안다.


다른 아빠가 아닌 지성이 아빠로서의 정체성. 나는 그것을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아빠는 이것은 못하지만 이것만은 아빠가 더 잘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것 같다.


오늘도 아들은 아빠보다 커가는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오늘은 '나 아빠 보다 키 크면 어떡해'가 아닌 '아빠 보다 크지만 아빠'라는 말을 듣고 싶은 초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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