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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30. 2022

노을과 노래의 이상한 힘

마지막 , 한국 가면 다시는 입지 않을  같은 원피스를 사서 갈아입고 매일 보드를 들쳐 메고 드나들던 해변에 자리 잡고 앉았다.


노을은 이상한 힘이 있다. 처음엔 분명 신이 나서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해변에서 장난치는 아이, 강아지, 운동하는 사람, 호객하는 사람, 서핑하는 사람 들을 지켜보다 보니 일주일이 스쳐 지나간다.

‘어쩌지, 너무 그리울 것 같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함께 여행을 다녀온 두 사람이 동시에 여행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면 뇌파가 비슷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떠올리며 누구보다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노을을 바라보던 순간에, 노을을 바라보며 같은 노래를 듣던 순간에 우리는 비슷한 뇌파를 뿜으며 순간을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뇌파는 노래를 다시 들을 때마다, 노을 앞에 설 때마다 다시 비슷한 모양으로 지난 순간을 소환해내는 것일 테다.


그날 해변에서 들었던 노래는 심규선의 <부디>였다. 매일  녹초가   숙소에 돌아와 ‘부디 그대 나를 잡아줘,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제발  거친 파도가  집어삼키지 않게 시작하는  노래를 들으며, 보드 위에 앉아 현지 강사를 붙잡고 있는 우리 같다며 낄낄 웃었다. 아직도  노래를 들으면 다시  해변에 앉아있는 기분이 든다. 파도에 두들겨 맞은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했던 호텔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기분도 든다. 그게 노래의 이상한 힘이기도 하지. 유와 나는 발리가 그리울 , 정확히는 그때의 우리가 그리울 ,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문자를 보낸다.

‘오늘의 선곡은 <부디> 입니다요.’     


 후로 우리는 양양이나 고성에서 가끔 만나 서핑을 한다. 자기 보드를 사고 보드를 태울 차를 사고 바다에 들어가지 못할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감을 익히는, 서핑에 진심인 유와는 달리 나는 그저 가끔  번씩 유를 따라 타러 간다. 그래서일까. 잘못 익힌 메뚜기  모양이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큰맘 먹고 아침 일찍 바다에 나가 파도와 씨름하고, 여전히 오는 건지 마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 ‘ 파도 기다리며 둥둥  있는 일이 즐겁다. 물론 아무리 기다려도  파도는 오지를 않고 바다에  있다만 오는 날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그때 우리가 함께 발리에 가지 않았다면, 서핑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즐거움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랬고, 파도를 타는 일이 그랬던 것처럼 미처 몰랐던 즐거움을 자꾸 발견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아무래도 사는  너무 즐겁다 말할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서핑하고 드럼 치는 할머니, 잘하고 싶어서 화가 난다며 발을 구르는 할머니가 되면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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