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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캠 Nov 28. 2019

유방암 일지 #037

추석 연휴

암 환자와 가족의 추석 연휴


 추석을 맞이하는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게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저희 집은 명절이 되면 시골에서 부모님 댁으로 가족들이 몰려오는 큰집입니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에 매번 겪는 명절에는 집안 대청소부터 음식까지 정말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게 일상인 곳이랍니다. 


매번 하는 음식의 양은 모두 챙겨갈 수 있도록 넉넉하게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전을 부치고 부치고 계속 부치는 게 일상이죠. 이런 상황을 겪는 집이 저희만은 아니겠지만,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변화감에 따라 이렇게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며 사는 집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죠.

 이번 명절은 그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제사는 작은 집에서 진행하기로 했고, 부모님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명절을 조용하게 보내시게 되셨습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몸의 컨디션이 오락가락하고, 보통은 많이 안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해서 외부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몰라도 집으로 초대해서 손님을 응대하는 것은 불가능은 아니지만 가급적 안 하는 게 좋죠.

 저에게 쪽지나 댓글로 사연을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나이 때도 다양하고 처하신 상황도 모두 다릅니다.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아이들이 어린 젊은 엄마 분의 소식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자식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치료는 혼자 다녀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지.. 걱정 속에서 혼자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우리가 함께 겪고 이겨내야 하는 이 '암'이라는 친구는 혼자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주변에 알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널리 널리 상황을 전파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암에 걸려서 싸우고 있다고' 말이죠. 주변에 알리는 것이 혼자 알고 있는 것보다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게다가 이런 명절 같은 시기에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육체노동까지 할 수 있으니 더더욱 말해야 합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데, 알아주지도 않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을 하고 있으면 속이 답답해서 버티겠어요? 그런데 상대에게 내 상황을 말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알 턱이 없죠. 상대가 놀라든 말든 지금 중요한 건 당사자입니다.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질러보세요. 

 저희 어머니는 4차 항암을 진행 중에 있고, 5차 항암치료 전에 다시 촬영을 해서 모든 약물을 바꿀 계획입니다. 만져보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느껴지는 만큼 어머니와 가족 모두 마음을 한시름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마음의 긴장을 풀면 일이 생기는 세상 만물의 법칙은 언제나 찾아오듯 마음을 내려놓자마자 어머니가 3일간 정말 컨디션이 최악으로 내려가서 초 긴장상태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대체가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혹시나 이번 명절에 친지 혹은 주변 지인들을 만나는 와중 항암 환자가 있다면 절대 말실수는 하지 말아 주세요. 환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말실수는 "요즘 암은 다 고친다는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환자에게 말할 때는 충분히 생각하고 말해주세요.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마세요. 암에 걸리기 이전처럼 똑같이 대해주세요. 차라리 그게 힘이 됩니다. 

우리 함께 힘내요.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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