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맥관리’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시간관리 같은 효율화를 추구하는 느낌이 썩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세계에서의 인맥은 관리라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이해관계가 깊지 않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이웃’을 맺는다는 것은 다소 피상적인 ‘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블로그 세계에서 소통이란 상대방의 블로그를 방문하여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다는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인스타, 유튜브 등 다른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블로거들은 광고성 이웃신청은 받지 않는다. 많은 업체들이 본인 사업의 홍보를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블로그 닉네임을 OO에어컨, OO하수구 등 업체이름으로 지을 수밖에 없다. 그런 블로그들을 향해 ‘광고성 블로그이니 이웃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셈이다. 물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서로이웃이 가능한 규모가 정해져 있으니 진짜로 소통할 이웃들로만 그 품을 채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다만 누군가 그렇게 명시해 둔 것을 보고 광고성 블로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만약 본인의 블로그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광고성 이웃신청을 거절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업체를 홍보하는 블로그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의 블로그 이름은 OO에어컨이고, 그의 포스팅은 OO동 에어컨 설치 현장 사진으로 가득하지만, 그는 그의 일을 그저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다. OO에어컨 홍보를 위해 나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을지라도, 내 블로그를 방문해 준 것은 OO에어컨이 아니라 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도 내가 올려놓은 맛집 포스팅에 ‘우와 맛있겠네요!’라고 진짜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댓글을 달고 싶겠지만, ‘오늘도 다녀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라던지 심지어는 대놓고 ‘제 블로그도 방문해 주세요’라는 다소 기계적이고 노골적인 말투로 댓글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업체를 많은 이들에게 홍보하기 위해서 하루에 방문해야 할 블로그가 30개는(혹은 그보다도 더 많이)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와 맛있겠네요!’라는, 완전한 공감을 표현하는 듯한 말투의 댓글 또한 복사+붙여 넣기 해서 이전 블로그에도 남기고 온 기계적인 댓글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웃관리란 자연스러운 말투로 댓글을 주고받는 모습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관심사가 비슷한 이웃이라면 그가 포스팅하는 게시물들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이웃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이웃이 내 블로그를 방문해서 나의 글을 읽고, ‘좋아요’와 ‘댓글’의 흔적을 남겨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내 게시물의 조회수와 가치는 올라가고, 내 블로그가 성장할 수 있다. 나의 성장을 돕는 자가 나의 진짜 이웃이다.
내가 올리는 글에 진심으로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전에, 나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고, 내가 힘들게 발행한 포스팅에 반응해 주고, 나의 성장을 돕는 이웃이라면 그가 바로 진짜이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비록 영혼 없는 반응일지라도 말이다.
마음먹고 이웃관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방문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이웃신청을 하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된다. 비록 처음에는 진심과 영혼 없이 오고 가더라도, 서로에게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나를 수용해 주고 도움을 준다면 그가 바로 나의 진짜 이웃이다. 이웃관리는 이렇게 나를 수용해 주는, 나의 성장을 돕는 진짜 이웃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내 글에 공감해 주고, 나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찾는다면 그는 진짜 이웃을 넘어선 특별한 이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웃을 맺는 처음 과정부터 이것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블로그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정의를 새로 할 필요가 있다. 진짜이웃, 가짜이웃이 아니라 이웃과 진짜이웃(나의 성장을 돕는 이웃), 특별한 이웃(진심으로 마음을 소통하는 이웃) 정도로 구분하면 좋을 것 같다. 실패가 일반적이고 성공이 특별하듯, 나와 결이 같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웃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