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갈 시간
멋진 랜드크루저로 저 끝까지 뻥 뚫린 몽골의 길을 달렸었는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내 낡은 자동차로 출근하는 길은 오늘도 꽉 막히는 구도심이다.
넓은 초원을 아무 방향으로나 막 걸어가기도 했었는데 우리 동네는 눈 돌리면 산이 가로막는 강원도라서 비가 오니 산은 허리춤에 물안개를 두르고 노을도 산 꼭대기에나 걸린다.
변함없는 곳으로 돌아와야 함에도 마음이 좀 넉넉해질 수 있게 충전하고 오는 게 좋은 여행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마음이 편안한 곳에서는 너무 오래 머물지 말아야한다. 우리는 살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와야 하기에.
절에서 묵던 날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절에서는 네가 무슨 옷을 입고 있든 신경 쓰는 사람 없고 심지어는 이에 고춧가루가 끼어 있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 너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있다 가라고. 이 나라도 그랬다. 그래서 그렇게 있다가 간다.
몽골 여행을 준비하며 읽었던 시가 있다.
이운진 시인의 슬픈 환생.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이렇게 시작해서, 과연 몽골의 자유로운 개였던 전생의 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원했을까 하고 생각하는 시다.
이번 생엔 고난이 가득하긴 하지만, 한 생을 몽골에서 개로 살았으면 다음 생은 도시의 사람도 괜찮지. 어쨌든 나는 이번 생에 몽골의 모래 언덕과 초원에 잠시 머물다 왔다.
거기 어딘가에 내 전생에 남겨 둔 꼬리가 있었을까. 어쨌든 그걸 찾는대도 큰 의미는 없다. 그저 지금 살아가는 여기서 내내 거기에 두고 온 꼬리를 그리워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