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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여행같이 살기

반짝이는 순간들은 언제나 있으니까

by 윤지민

아이들과 함께 긴 여행을 마쳤다.

꿈꿔왔던 여행이었다.


함께하는 시간, 낯선 풍경,

새로운 친구들, 여유로운 리듬.


여행은 내게 항상 좋은 것이었고,

그 좋은 걸 아이와 함께 누리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여행이 길어지면서 아이는 점점 불안해졌다.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던 도민이의 분리불안과

긴 여행으로 쌓인 피로 때문인지

잦은 짜증과 생떼로 온 가족이 힘들었다.


육아는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지라

아이의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자책했다.


당장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듯 했다.


함께하는 긴 여행이 나의 욕심이었나 싶어

떠나자고 했던 나를 계속 탓했고,

내가 신념처럼 믿어왔던 ‘여행이 주는 성장’이

지금의 내 아이에게는 필요치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웠다.


항상 여행하듯 살고싶은 내 삶을,

여행은 좋은 성장의 경험이라는 신념을,

내 아이의 안정감을 위해서라도

내려놓아야할 수도 있겠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내가 괜한 여행을 온 걸까’

‘아이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수십 번 내 안에서 되묻고 또 되묻고,

끝없는 자책과 혼란 속을 헤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께했던 여행의 시간 모두가

힘들고 어둡기만 했던 건 아니다.


경이로운 풍경을 보며 웃고 뛰면서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벅차오르는 순간들도 분명 많았다.


어쩌면 삶이란,

끝없는 불안과 자책, 혼란 사이에서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을

건져 올리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날이 좋을 수는 없다.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있었다.

울고 웃고, 자책하고 안아주며,

하루하루를 함께 지나왔다.


여행이 모두에게 정답일 수는 없다.


아이는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금새 안정을 되찾고 그동안 목말라했던

집에서의 안락함을 행복해했다.


나는 다시 홀로 감당해야하는 일상에 돌아왔다는게

가끔씩 숨이 턱 막히지만 그래도 이제는 괜찮다.


이 모든 시간들이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


세상 어디에 있든, 우리는 함께 있고,

힘들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도

반짝이는 순간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어디에 있든, 여행같은 삶은 계속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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