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한나무 Jun 05. 2024

어쩌다, 나도 사장

<인테리어 겨우살이 05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나요? 

그보다 내가 알기도 하지만 관심 있고, 하고 있는 일이면 더더욱 보이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 일을 시작했을 당시부터였어요. 다니는 길목 이곳저곳마다 보였어요. 

수많은 인테리어 사무실요. 조사를 거친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이런 말이 있어요. 지난 코로나 시절에 많은 인테리어 사무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고요.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진 지금, 금리인상에 의한 침체된 부동산 경기로 폐업이 속출한다고요. 


저는 이 일을 하기 오래전부터 궁금했었어요. 


인테리어 사장은 어떻게 될 수 있는가? 그들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경험에 국한된 이야기임을 감안해 주세요. 


저희 대표형님은 시공자 출신이에요. 제가 아는 한 사장님은 동네 집수리를 시작으로 그 범위가 넓혀진 경우이고요. 공부를 하면서 보게 된 유명 인테리어 유튜버님들은 실내디자인, 실내건축 등을 전공하신 분들도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아는 한, 관련 분야를 전공하신 분들은 대부분 하이엔드 방식, 쉽게 말해 고급 인테리어를 하시는 분들이고, 대부분 중저가 인테리어 또는 낮춰 표현하는 바 동네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예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인테리어 사장님들이 게시다면 대략 아실 거예요. 자신이 하는 인테리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요. 


전공이 어떻든, 출신이 뭐가 됐든 저와 같이 인테리어 업체의 직원으로 시작해 자신의 사업을 차리길 꿈꾸는 사람들은 보통 만 3년 정도는 일을 해봐야 한다고 해요. 3년을 넘긴 제 생각도 그렇다는 결론이에요. 

공사 현장의 쓰레기 정리 등 뒤처리가 기본이에요. 그러다 각 공정의 전후 이뤄져야 할 일들에 대한 판단, 처리가 가능해져야 해요. 나름 짬밥이 쌓여야 공정 사장님들에게 원하는 바를 지시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요. 변수가 생겼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커져야 해요.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과 조율도 한 부분이죠. 그러한 과정을 겪고, 능력이 조금씩 갖춰져 갈 때 대표 또한 직원에게 현장을 완전히 맡기게 되죠. 그다음이 고객상담, 디자인 자재 상담인데, 여기까지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그럼 자격이 갖추어지면 아무 때나 사장이 되는 걸까요? 그럴 리가요. 

사무실을 얻어야 하고, 차가 있어야 하고, 최소한의 공구가 있어야 하고... 등등 이제는 돈이 드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죠. 이다음 단계는 각자의 방식대로... 대출을 받던지, 사무실 더부살이 하면서 일을 받아서 하며 조금씩 규모를 탄탄히 해가는 거죠. 


정말 '어쩌다 사장'이 되는 거고, 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사장이 된 이후, 어쩌다가 아닌 '마땅히 사장'이 되기 위한 덕목은 다양해요. 

인사관리, 업체관리, 지속적인 고객유치를 위한 시스템 구축, 홍보, 세무/회계 관리 등 수많은 실무 사항 외에도 서비스 향상, 직원복지 등을 가능케 하는 회사 운영을 위한 나름의 철학도 필요해요. 


뭐든지 그렇잖아요. 목적과 가치가 분명할 때, 그것을 위한 노력이 가능하고 과정이 당당하니까요. 그렇게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는 거고요. 


어쩌다 사장이 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게 너무도 분명하지만, 마땅히 사장이 되는 것은 그 너머에 있는 더 높은 단계인 것이죠. 

저는 어쩌다 사장이 될 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부터 준비해요. 어쩌다 사장이 되는 내가 마땅히 사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미리 갖춰 놓겠노라고요. 


제가 마땅히 사장이 되었다고 여러분께 말할 수 있게 잘 한 번 해볼게요. 응원해 주세요. 그 누구시라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