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한나무 Jun 12. 2024

하자 시리즈 1

<인테리어 겨우살이 06화>

하자 (瑕疵) 사물이나 일에서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부분 

데나오시 (てなおし) 불완전한 곳을 고침


인테리어의 꽃은 AS, 즉 애프터서비스, 하자보수라고 하는 말이 있어요. 하자는 일본말로 '데나오시'라고도 해요. 공사현장의 용어 대부분이 일본어에 기반하고 있죠. 많이 순화가 되어가긴 한다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에요. 


자신의 집을 인테리어 하는 분들 모두가 각자의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죠. 그 기대치의 정도에 따라 하자는 작은 얼룩 하나에서부터 몇 가지의 공정이 한꺼번에 재 투입되어야 할 정도가 있기도 하죠. 그나마 공사 기간 중에 발견된 하자는 정말 다행인 거예요. 오늘은 제가 경험한 몇 가지의 하자를 소개하고자 해요. 비교적 쉽고 간단한 하자부터 매우 경악할 하자까지 소개해 볼게요. 


AS, 하자보수 난이도 상(빨강), 중(노랑), 하(검정)로 표시해 볼게요. 


1. 실리콘

 - 마르기 전 만져서 눌렸을 때

 - 공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색이 변색되었을 때 

 - 다른 색상이나 어울리지 않는 색상으로 잘못 시공했을 때

 

설명 : 실리콘은 시공 후 최소 하루 정도는 양생을 시켜야 웬만한 압력에는 변형되지 않아요. 그런데, 고객분들께서 나도 모르게 손으로 만질 때가 있는 거죠. 실리콘 색은 변색이 되지 않고, 곰팡이가 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바이오 실리콘을 시공해도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가끔 제조과정에서의 재료 혼합 비율의 문제나 입주청소 시 쓰게 되는 약품과의 반응 등으로 변색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어쨌든 실리콘은 보수처리 하기에 그다지 복잡한 일은 아니나, 그 범위가 넓어질 경우 기존 실리콘을 제거하고 재 시공 해야 하는데 깔끔히 처리하기가 어려워요. 



2. 필름

 - 작업 부위가 찍혔을 때

 - 문과 문틀이 만나는 부분이 밀려서 울었을 때

 - 작업면이 벽으로부터 떠서 꿀렁거릴 때

 - 얼룩이 생겼는데 지워지지 않을 때

 - 도배지와 겹쳐지는 마감 부분에 도배 마감 컷팅 칼자국이 생겼을 때

 - 작업 면과 필름 사이에 공기가 찼을 때


설명 : 필름은 비교적 초기 공정이라 각 작업부위 전체를 제대로 보양하지 않으면 언제든 찍히거나 긁힐 위험이 있어요. 주로 문틀이나 걸레받이가 자주 찍히죠. 또한 기존문짝을 필름 래핑해서 사용할 경우, 이전 목공 작업 시 문 닫았을 때의 문틀과 문짝 사이 간격을 확인해서 충분한 유격을 확보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문틀과 문짝에 필름이 양쪽 다 붙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간격이 더 줄어들게 되어 서로 부딪치고 밀려서 울게 되는 거예요. 필름을 시공하기 위해서는 MDF와 같은 목자재를 시공하고 그 위에 밑작업을 한 뒤 래핑하게 되는데요, 목자재가 벽과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을 경우 최초에는 발견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격이 생겨 벽면 자체가 꿀렁거리게 되죠. 이를 수정하려면 고정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때 필름은 손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3. 도배

 - 도배지가 서로 만나는 조임 라인이 마르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벌어졌을 때

 - 작고 큰 찍힘이 발생했을 때

 - 부분적으로 풀이 벽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배꼽처럼 보일 때

 - 부분적으로 접힌 것처럼 울어서 라인이 생겼을 때

 - 매끈했던 작업면이 도배 이후, 기타 부착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벽면의 이물질이 떨어져 벽과 도배지 사이에 껴서 마감면이 오돌토돌해 보일 때

 - 타 공정의 하자로 피치 못하게 도배지를 손상시켰을 때


설명 : 도배지가 서로 만나는 부분은 일명 돌돌이라고 부르는 롤러를 사용해서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게끔 시공을 해요. 그런데 도배지는 마르는 과정에서 장력에 의해 팽팽해지는데 그 과정에서 수축을 하죠. 그럴 때 시공 때는 보이지 않던 조임 라인이 드문드문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도배지가 찍히는 건 필름보다 쉬운 일이라 매우 조심해야 해요. 도배지는 풀칠을 해서 바로 벽에 바르는 게 아니에요. 일정 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도배지는 엄마손파이처럼 지그재그로 층층이 접혀 있게 돼요. 물론 접힌 부분을 종이 접기처럼 꾹꾹 누르진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에도 완전히 펴지지 않으면 참 난감해요. 어쨌든 도배는 결국 폭 단위로 뜯고 재시공해야 해요. 번거롭긴 해도 도배사 분들께 부탁만 드리면 되는 일이라 크게 복잡하지 않아요. 단,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도배를 다시 하는 경우, 같은 도배지라도 생산날짜가 같은 걸로 시공하지 않으면 이색이 나기 때문에 보수를 해야 하는 벽면 전체를 다 뜯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찔 하죠. 



하자 시리즈를 정리하다 보니 화수분처럼 말이 쏟아지네요. 그동안 어떤 AS를 하게 되었는지, 어떤 문제가 발생했었는지 정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네요. 이만큼 경험했다는 건 그만큼의 예방을 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일 거예요. 


이런 하자 리스트들이 혹시 인테리어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께 참고사항이 될까요? 

앞으로 이어질 하자시리즈를 지켜봐 주세요. 혹시 인테리어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성심성의껏 답변드릴게요. 


감사해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봬요. 

이전 05화 어쩌다, 나도 사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