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의 기록
5/2~5/22까지.
(징글징글했던) 2차 기관의 입원을 종료 5/22일 삼성서울 외래 진료와 동시에 당일 입원수속을 밟았다. 퇴원수속을 급히 하고 마치 피난민이 짐 보따리를 챙기듯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는 느낌으로 재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얼마나 진땀 나던지.....
5/22일. 저녁 6시 이후.
우리는 2인실에 우선 머무르며 기본 피/소변검사, 코로나, 혈액배양검사, 척추 MRI와 엑스레이 등 급한 검사부터 먼저 했다. 밤늦게 끝났고 아이는 힘들어했지만 다행히 밤에 잠은 그럭저럭 자 준 편...
5/23일. 새 출발 본격적인 첫날.
이동 침대 동선과 공간이 더 넓은 4인실로 급 이동. 그리고 오전부터 오후 4시에 이르기까지. 각종 초음파, 심전도, CT, 엑스레이, 청력검사 등 아이는 거동이 불가하기에 이동 침대로 이동해야 했다. 공간이 좀 더 넓은 4인실로 이동 (모순이지만 2인실보다 4인실이 넓다니; 2인실 공간의 사용자 경험 불편) 어른인 나도 지치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왔다 갔다. 몇 십분 쉬고 다시 왔다 갔다 그 와중에 배변이 몇 주 째 힘들어서 좌약으로 버티던 아이는 급기야 '똥이 안 나와'라든지 '발이 안 움직여! 못 걸어! ' 라면서 좌절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지막 청력검사실 앞에서 대기하면서 눈물이 흘렀다............... 아이가 나왔고 나는 쉰 목으로 감기에 걸린 척했다.
3개의 수술 동의서를 받았다...
1. 소아 터널형 중심정맥관 삽입 (히크만 카테터)
: 항암제나 영양제 등 투여 시 말초혈관으로 약물 투여가 어려운 경우 삽입하는 관으로서 정음의 가슴 부위에 관을 삽입항 그 끝이 심장의 큰 혈관까지 가게 되는 것.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후 감염 예방을 위해 각별히 소독 및 헤파린 주입 등, 간병이 요주의 된다. (즉... 긴장이 된다 무엇이든;)
2. 골수검사
: 혈액을 이루는 세포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기관이 고루인데, 골수기능 이상 유무의 판단 및 종양의 골수 침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으로 정음은 이 검사를 해야 한다. 영상을 몇 번이고 봐도 적응은 잘 안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a33sIYqm_w
3. 소아 요추 천자.
: 정음의 등은 3 등분된다... 아래에서 약 1/3에 해당되는 척추부위에 바늘을 넣어 뇌압을 측정한단다. 뇌척수액 검사나 항암제를 척추에 넣는 치료를 한다. 그리고 정음에게는 오늘, 이 요추천자를 통해 MTX 항암제가 주입된다.
이미 수모세포종 공부 시작하면서 이 세 가지 것들은 Chat GPT 나 간단한 사전 및 레퍼런스 경험담 등을 통해 익혔다만, 막상 동의서에 사인을 하면서 참 묘한 기분이 들더라..... 오늘 이 수술이 행해질 것이라는 것을 안 그이는 회사에서 한번 더 오열했다던데.. 난 이제 눈물이 나지 않는다. 도리어 담담하다. 다만 초 예민함과 동시에 긴장을 할 뿐이다. '주 간병인'으로서 앞으로 감염 예방, 추적 관찰, 기타 등등 정음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야 하기에.... (다이어리는 점점 더 빼곡해져 간다. 여기서 나눠준 '희망수첩' (일명 희망신호등) 도 점점 빼곡해져 가겠지..
새벽 5시 절로 눈이 떠진다. 아이를 살펴보니 쉬를 싸셨다. 2시간에 한 번씩 욕창 방지를 위해 자세를 바꾸어 주고 있다. 3시에 새우잠 자세로 푹잠을 잔 정음은 아니나 다를까 시트와 옷을 적신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기저귀를 갈고 윗옷과 바지를 벗기고 다시 갈아입힌다. 거동 못한 채 축 늘어진 아이의 34kg의 몸은 의외로 무겁다... 그래도 연습이 제법 된 모양인지 나는 어느새 능숙하게 환복을 시행한다. 경험이 쌓이니 결국 그게 무기가 된다.... 이런 경험적 무기... 인생에서 별로 경험하고 싶진 않지만. 깨끗하게 환복 된 정음과 새 시트를 준비한 채 곤히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오늘 첫 항암제가 투여되는 아이의 몸은 어떻게 변할까. 항암 시작하면 7~10일 면역력이 최저로 떨어지기에 더욱 긴밀하게 열 체크를 해야 한다. 이미 매 시간 열체크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36도 중반에서 37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아이의 몸.
어제는 마지막 좌약(?) 선물로 배변을 했는데 , 오늘부터는 스스로 해야 한다. 항암 시작이기에 하루 수차례에 걸친 가글과, 배변 후 좌욕도 해야 한다. 스스로 못 앉는 아이에게 좌욕을 어떻게 시킬지 고민한다... 머릿속은 이미 여러 문장들이 왔다 갔다 하지만 결국 중심 문장은 하나로 귀결된다. 의외로 걱정은 굉장히 생활밀착형이다...
새벽 5시 기상. 오전에 간단한 아이 환복, 기저귀, 물품 정리, 열체크 등 기본 행동을 마치고 노트북을 열어 GPT에게 말을 건다... 몇 가지 스터디들 복기하며 앞으론 항암 후 간병 요주의 점, 감염 예방 등등에 대해 긴장하며 반복해서 영상이나 아티클을 읽고 익힌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러 생각은 밀려온다. 입원 오래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 퇴원 후가 더 문제(?)인데 잘 관리하려면...? 집 이사 어떻게 하지... 기타 등등등
오전 7시가 다가오고 있다. 오전 9시 수술실로 입실 대기인 정음은 아직까진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잘 자 주고 있다. 수술 후 통증이나 별도 부작용 없이 부디 무사히...
오늘 하루도 무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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