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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28. 2024

생존율

아침 일기...

국내엔 국가 암관리 사업 중 암생존자 통합지지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암 진단 후 완치를 목적으로 주요 치료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를 마친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사회복귀 전후로 직면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일종의 자기 관리 능력이라든지 자아존중감 향상과도 같은 심적 물적 지원을 국가에서 지원 도모하는 사업의 일종.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이 단어 자체에서 나는 언제나 무너진다. '생존자'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기에. 인간은 영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건 물론 안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반대로 얼마 정도의 '생존 기간'이 허락되는지와, 생존 기간을 최대한 '연장' 시키며 살아내려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도 있겠다. 최소한 암환자 자신과 암환자 곁을 지키는 가족은. 



아무리 긍정하려 해도 자꾸만 무너지게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 내가 요즘 그렇다. 읽지 않아야 하는 글을 읽었다. 나를 탓한다.... 치료 중엔 절대 생각하지도 않아야 하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자꾸만 무너지는 건 왜일까. 



정음이가 말라간다.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뽀로로 음료 100ml 정도 마셔도 배가 부르다며 아무것도 입에 대려 하지 않는다. 기분 전환을 위해 카페 나들이를 갔었다. 모든 디저트나 음식들은 그림의 떡과 같았지만 그럼에도 네가 원하는 건 다 주문해서 한 상을 차려놓았음에도 정음의 입으로 들어가는 건 몇 모금의 음료와 한두 점의 포크질뿐이다.... 



허리가 아프다며 곧 나가야 했지만.... 네 기분이 좋아질 수만 있다면- 



'생존율' 



남편과 친정어머니에게는 내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조차 나 자신 스스로를 속이려 부단히 애쓴다. 수모세포종 환우 기준으로 치료 종결 이후 1차 목표는 5년 생존율이다. 그리고 추적 관찰을 해 나가면서 동시에 재활을 병행하며 절대 재발이나 전이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면서 10년까지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것. 



생존율....



머릿속에서 저 단어를 지워버리고 싶은데.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정음이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도 그저 일상의 '엄마'의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다만 나 자신 스스로만큼은............. 늘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 



스무 살 성년의 날 정음이와 맥주를 마시는 순간. 

서른 살이 지나 정음이의 결혼식을 보는 일 

마흔 살이 된 정음이의 자녀를 내가 키우며, 비로소 엄마에서 '할머니'가 되는 순간 



신께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이제 막 치료 중반기에 들어갔지만. 자꾸 무너지려는 제게 용기를 주시길.

자꾸 좋지 않은 생각 하지 않고 그저 매일 매 순간 감사할 수 있도록 혜안을 내려 주시길.

제발 건강한 음식이 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더 마르지 않도록... 긍정하도록...



머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젠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매일 매 순간 정음이를 더 웃기고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것... 아는데 정말 아는데.........



쉽지가 않다. 

앙상하게 마른 네 몸을 지키며. 

앞에선 웃었지만 뒤에선 이토록 아직도 울보인 나는....

쉽지가 않다.... 쉬운 건 어디에도 없겠지만.



오늘은 어떻게 즐겁게 만들어 줄까. 

제2의 엄마나 다름없는, 네게 늘 유일하게 활발함과 생동을 느끼게 만드는 '게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같이 게임을 하다가도 이놈의 걱정은 끊임이 없다... 



..... 여름 잘 통과하길. 그렇게 가을 겨울 그리고 내년 사계 그렇게 5년 10년의 사계......

아주 많은 계절을 너와 함께 하길 소원한다... 물론 당장 오늘 하루 네게 뭘 어떻게 해야 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바보 똥멍청이 같은 나는... 머리속에서 어떤 단어를 지우기 위해 애를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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