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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10. 2024

참을수록 터지는

눈물

눈물이란 본디 참을수록 더 터지고 마는 걸까. 요 근래 자꾸 통곡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참고 참고 또 참는 건 내 특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여전히 그 생각은 나의 확실한 착각이었다.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참고 있다고 생각한 것. 사실은 참지 못한 채로 그냥 살아내고 있었을 뿐이었는걸. 기어코 오늘 아침. 아니 한 시간 전부터 결국 터져버렸다. 참을수록 터지는 그놈의 망할 눈물... 



안방 문을 닫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눈물과 인내는 비례하듯 참았던 것이 둑처럼 터져 나왔다. 이번엔 무엇 때문이었을까. 말라가는 정음이의 몸을 살피고 소변을 받아내면서 바라본 뼈만 앙상한 둔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침도 점심도 먹지 않겠다며 일어나서 유튜브나 게임만 온종일 끼고 살며 반항이 부쩍 심해진 첫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존재 자체에서 묘한 불편함을 야기시키는 남편과 도움이 썩 되지 않은 채로 마스크를 끼고 있는 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불어 터진 크림소스파스타를 버리려다가 기어코 버리지 못한 채 그릇에 담아 뚜껑을 닫던 초라한 행색의 나 때문이었을까. 



어떤 생각과 문장들은 똬리를 틀고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쉴 새 없이 마음 밖으로 나와 내게 밀려 들어온다. 여름휴가는커녕 새벽에 양성자 치료를 위해 잠든 정음이를 깨우며 내내 일어나기 힘든 아이를 겨우 달래어 병원에 데리고 오는 나날. 첫째 아이도 그 나름대로 이 척박한 현실을 인내한 채 적응해 나가지만 여전히 어린아이 일 뿐이라서 내 눈에는 두 아이 모두 아픈 손가락이다.... 챙겨주고 있다 해도 이게 제대로 챙겨주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나는 나의 무력함과 무능함을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일 게다. 이상하게 눈물이 터져 나왔던 건.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무력함... 무능하고 못났다는 생각으로 인한 끝없는 슬픔과 고통. 



운다........... 내내 우는 중이다..... 눈물이 안 그친다......... 왜일까...



주간병인이지만 간병만 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놓여 있는 나는 죽을 만큼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정말 노력한다면 눈물조차 아이들 앞에서 참아야 하는데 정작 그것엔 늘 실패하고 마니 이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겠다... 



간병을 시작하며 하루는 좌절 하루는 희망,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듯 하루 걸러 좌절하고 하루 걸러 희망을 얻고 어떤 날은 괜찮다가도 어떤 날은 세상 다 무너진 것처럼 속이 타 나도 모르게 숨쉬기가 힘들어질 정도의 고통으로 인해 대성통곡하는. 그런 날들... 그런 봄과 그런 여름... 매일 긴장하고 노심초사하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온통 긴장을 하며 사는 매일. 



기혼이 된 이후, 유산을 두 번 하고 쌍둥이 신생아 시절을 혹독하게 겪으면서 종종 죽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하고 살았었다. 그러나....... 이번은 좀 다르다. 정음이가 소아암환우가 된 이후 그가 아프고 나서 함부로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려 했고 사실할 여유(?) 도 없었다........ 수술 두 차례와 항암과 같은 후속 치료를 하면서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생활하는 나날들 속에서는 그런 생각조차 사치였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른 느낌의 생에 대한 좌절을 느낀다.... 살아 있어도 이게 정녕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깊은 의문과 동시에 드는 생을 향한 자멸과 환멸감에 대해서. 



신은 틀렸다. 감당할 고통만 준다는 건 틀린 말이다. 신은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한 인간에게 내리셨다. 이토록 큰 벌을 받고 있는 나는 처음엔 어째서 하필 나인가 싶어서 한참을 신을 원망하고 여전히 한편으로 원망하는 중이다. 인간에게 여러 종류의 고통이 있다지만 그중 하나가 자식 아픔에 대한 어미의 고통이라면. 도저히 이건 어떤 국어적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무엇이라서..... 이 감정 앞에서 언제나 패배자가 되고 마는 나는.....



어제는 조용히 통곡했고 오늘은 대놓고 통곡하는 아침을 건너.... 오후를 맞이하려 한다. 거실에서 두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TV소리에 묻힌 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주었다. 다만 사라진 엄마의 부재가 걱정되어 정음은 곧장 나를 찾는다.. 금세 방문을 열고 그에게 달려간다. 조금은 침착해진 목소리로. 뭐 필요한 게 있는지, 어디가 아픈지, 열체크를 하자며 나는 그에게 다가간다. 웃으려 애쓰며. 금방이라도 흘러버릴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어떻게 살아낼까....

나는 어떤 형태로 살아낼 수 있을까...


고민은 오늘도 끊김 없다. 방법을 모르는 채로. 그저 오늘 할 일을 해 나가면서...... 

눈물을 흘려대면서.......... 여전히 마음 편히 울 공간은 없고, 나의 눈물은 끝이 없다... 


그래도 너만 덜 아플 수 있다면 

그래도 네가 내 곁에 있다면....


이것으로 충분하겠지.............충분할테지...


그런데 정말 큰일이다. 

힘을 내야 하는데 좀처럼 힘은 커녕 눈물이 끊김 없을 때가 잦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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