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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03. 2024

양성자 치료

7/29~8/2일, 전뇌전척수 (5/13회) 진행 중 

이번주부터 양성자 치료가 한참 진행 중이다. 매일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정음이는 옷만 입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 7시 10분경 도착해서 항구토제를 먹는다. 그리고 바로 양성자 시작. 양성자센터의 담당 방사선과 선생님들은 정음이의 치료를 맡아 주시며 한결같이 주시는 말씀이 있다. 



너무 의젓해요... 



다른 또래 친구들은 2시간이 걸려 진행하거나 마취를 해야 진행되는 경우가 잦다 한다. 왜 아니겠는가. 얼굴이 조일 정도로 꽉 끼는 구멍이 송송 뚫린 특수 마스크를 얼굴에 씌운 채 몇 십분 길게는 몇 시간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서 있어야 하는 게 어른들도 여간 받기 힘든 치료. 게다가 몸에 방사선을 투입시킨다는 것 자체에서 부작용도 견뎌야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적잖은 힘듦을 견뎌야 하는 것... 



정음이는 1시간이 예상되는 전뇌전척수 치료를 무려 40분 - 짧게는 35분 - 정도 만에 모두 끝내고 있다. 선생님들이 놀랄 정도로. 너무 의젓해서 때로는 좀 마음이 아프단 말씀을 굳이 하지 않으셔도 표정에 다 드러나는 듯한. 그런 상황을 옆에서 내내 지켜보면서 나는 정음이가 치료를 잘 받고 있다는 것에 솔직히 기쁨보다는 도리어 애절하고 애타는 속을 끓이며 안타까움만 여전히 마음에 한가득 품고 아이와 함께 이 시절을 통감하는 중이다. 




이른 오전 치료 대기 전... 어린이들은 보통 잠에 들 오전 7시에 너는 병원에 오게 해서 미안해...



방학을 맞이한 초저학년 쌍둥이 형제 중 첫째는 쿨쿨 잠에 들 시간이지만 쌍둥이라 그런지 정음이가 일어나는 새벽 6시 30분이면 함께 일어난다... 부모보다 더 어른스러운 형제 앞에서 자꾸만 매일 같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남들은 침대 안에서 뒹굴거리기 쉬운 새벽 6시 그리고 오전 7시. 그러나 정음은 그 시간이면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꼼짝 앉고 얼굴에 꽉 쪼이는 마스크를 쓴 채로 미동도 없이 가만 누워 있어야 한다. 



문 밖에서 내내 노심초사하며 대기 중에 나는 자꾸만 과거로 되돌아가곤 한다. 정음이에게 호통쳤던 순간. 네게 사주지 못한 음식들. 네가 가고 싶어 하는 공간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뒤로 미뤘던 못된 엄마... 왜 그랬을까. 정말 네가 두 발로 멀쩡하게 걸으면서 모든 음식을 토하지 않은 채로 잘 먹었던 그 시절. 그때가 얼마나 절절하게 그립고 절실하게 소중한 순간이라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정말 미련스러운 부모. 정말 바보 똥멍청이 같은 엄마... 



네 가라앉은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전뇌전척수 총 13회, 그 후 부분 12회, 총 25회 중 현재 전뇌전척수 5회 차를 마치고 교수님 1차 면담을 마친 상황. 정음이의 먹는 양은 점점 더 줄어만 간다. 이 정도만 먹어도 살아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옆에서 봤을 때 정말 걱정이 말이 아니지만, 여전히 정음이의 식욕은 집을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소량이라도 뭔가 먹이기 위해 애쓰다 보니 불량해도 네가 떠오른 음식은 무엇이든 주려 노력하는 중... 



어미로서의 죄책감은 아마 쉬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나를 용서하지 못하니까. 널 제대로 확실하게 회복시켜내지 못한다면 더더욱. 양성자센터에서 치료를 마칠 때마다 선생님들께 듣는 칭찬이 자꾸만 속상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철이 든 너라서... 차라리 아프다고 힘들다고 말해주면 속이 덜 힘들 테지만 너무 잘 견뎌주고 있어서... 



병원에 오래 있는 걸 견디기 힘들어했던 정음이지만 유독 양성자를 받기 전후로 더욱 어른스러운 담담함이 묻어 나오는 조용한 정음의 태도 앞에서 나는 시종일관 고개를 떨구게 된다. 그러면서도 애써 긍정을 잃지 않으려고 종알종알 오늘의 기분이나 오늘 하고 싶은 일이나 먹고 싶은 음식 같은 시시콜콜한 문장을 애써 건네며 정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도리어 내가 너로부터 힘을 얻곤 하는 기분이다. 





'바깥은 여름' 이라지만 우리의 계절은 여전히 시린 겨울을 내내 통과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일 때. 있는 힘껏 참고 또 참아보지만. 그러다가도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감정을 어찌할 수 없어서 자꾸 연신 혼자서 입술을 깨물고 또 깨물어 볼 뿐이다. 방학을 맞아 세끼 챙기고 간식 챙기며 살림과 가사를 비롯하여 열체크하고 물을 끓이고 최대한 준멸균식을 준비하려 애쓰며 중심정맥관 소독을 하고 좌욕과 가글을 시키려 애쓰는 등 기타 여러 가지 암환우를 향한 간병 행위들을 비롯한, 모든 돌봄 행위를 지속해 나가며 나는 묘하게 뜨거워지는 듯한 마음을 애써 꾹꾹 누르고 또 눌러보지만.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여전히 어찌할 수가 없어서 참 사납게 더운 여름이지 싶다... 



사납다... 아직도 이 시절은 사납기만 한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 현실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는 건 결국 아이들로부터. 정음이의 조금씩 좋아져 '보이는' 움직임들이다. 왼손이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움직여지기 시작했고 왼발을 비롯하여 부축하면 조금씩 걷는 연습을 하려 애쓰는 아이.



정음이의 '의지'는 이 시절 현재 나의 '희망'이다. 우리가 지금 함께 하는 이 순간 자체에 좀 더 집중하려 한다. 매일을 마지막처럼 지내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우리는 계속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확실히 그럴 수 있으니까. 우리는 계속 치료하고 있고 나아가고 있으니까.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종양 따위에. 소아암이라는 타이틀 앞에서 무너질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함께' 네가. 쌍둥이 형제는 예전처럼 지금 함께 있으니까.


다음 주도 파이팅.

다음 치료까지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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