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으로
일상에서 이상을 찾는 세상.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몰라.
일(1)상
당신은 가끔씩 내 생각을 하나요?
당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을까요.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요 아니면 답답하고 어리광스러운 사람으로 남아있을까요. 남들이 나에 대해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나의 무엇이 싫었고 무엇이 좋았을까요. 어떤 날씨에 어떤 바람이 불면 내 생각이 나고, 그 순간 보이는 나의 모습은 웃는 표정일까요 우는 표정일까요 아니면 무표정일까요. 그렇다면 그 기억은 당신에게 행복했던 기억이었을까요 불행했던 기억이었을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기억, 예를 들면 우리가 처음 봤을 때가 떠오를 수도 있겠네요.
당신은 나에게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아니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당신은 나에게 무엇일까 참 궁금해요. 무엇이었기에 우리의 연을 이렇게 끌고 온 것일까요. 든든한 사람이었을까요, 정 많은 사람이었을까요, 특이한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특별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요. 내가 당신에게 그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당신은 나에게 무엇이었기에 그 모든 언행이 존재했을까요.
우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친구였을까요, 누나 동생이었을까요, 오빠 동생이었을까요. "너희 둘 무슨 사이야?"라는 질문에 "응 그냥 아는 사람이야. "라고 말했을까봐 마음이 철렁거렸어요. 한편으론, '아는 사이면 어때.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관계는 우리가 알고 어떤 이름표를 붙이느냐, 그것뿐인 건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라는 말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을 텐데 왜 자꾸 우리라는 말 위에 따른 의미를 색칠하려 할까요. 색칠한다면 우리는 무슨 색이 어울릴까요. 빨강? 초록? 파랑? 검정?
이(2)상
당신에게 나는 잊지 못할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생각나지 않더라도 세월이 지나도 '아 이런 사람이 있었지.' 라며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나에게 뮤즈였으면 좋겠어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글감이 터져 나오고 기분 좋아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당신의 큰 눈동자에 비추어 보고 싶어요.
우리의 관계에 특별함을 원하지는 않아요. 우리라는 말 위에 색칠을 한다면 하얀색이면 좋겠네요. 각자의 형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존재하고 싶어요. 나 자신과 당신 자신 그렇게 우리 자신으로 존재하는 거죠.
세(3)상
그렇지만, 당신은 내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당신은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당신은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마음으로 당신 앞에 나타나면 많은 것들을 물어볼 거예요.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당신에게 물으면 당신은 이런 마음으로 답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당신에게 다가가면 당신은 그런 마음으로 다가오지 말라고 하겠죠
세상은 내가 기대한 이상과 같지 않은 일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