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부적

by 권소희

작화가 10회가 넘어가니 제법 재미가 붙었다. 이번 웹툰은 잘 하는 것보다 끝까지 마무리 짓는 걸로 목표를 삼았다.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 스케치라고 해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잘하고 싶은 건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남들에게 칭찬 받고 싶은 심리는 욕심으로 이어지기 십상이어서 경계해야 한다. 잘하고 싶은 욕심에 초점을 맞추면 십중팔구 중간에 포기하게 된다.


나는 새로 작업을 시작할 때는 제목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놓는다. 이번 만화도 마찬가지다. 제목을 정해놓고 등장인물을 먼저 스케치 한 다음에 종이를 벽에 핀으로 고정시켰다. 그렇게 종이를 벽에 붙인지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매일 100번씩 종이에 적으라고 하는데 나는 벽에 붙여놓은 스케치를 수시로 바라본다. 하지만 벽에 종이를 붙여도 처음 마음먹은 것과 달리 5화 때부터는 작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마음처럼 손이 안 움직여줬고 미숙한 실력 탓에 등장인물이 제각각 달라서였다. 그리고 더 괴로웠던 건 그림만 그리려면 숨이 턱에 차는 느낌이었다. 뭐가 문제일까? 하기 싫어서 그런가? 그만둘까?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 때문에 글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에 만화를 그리는 작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글과 그림을 병행하기로 했다. 만화를 도전하는 내 심정을 글로 풀어놓으니 그동안에 막혔던 그림을 그리는 일에 부담감이 적어졌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제목을 적어 벽에 붙여놓으며 매일 바라본다.

종이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는 행동이나 벽에다 커다랗게 제목을 붙여 바라보는 일이나 모두 자기 암시를 위한 행동이다. 끝없이 자신에게 되뇌는 행동은 에너지가 붙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들으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항상 어딘가에 적는다는 것이다. 글로 적는 일은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게 만든다. 집중하는 하는 일을 떠올리니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성어가 떠오른다.


중국 한나라 때 ‘이광’이라는 명궁이 있었다. 하루는 밤길에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게 되었다. 호랑이가 길을 막고 자신을 노려보았다. 이광은 혼신을 다해 화살을 당겼다. 화살은 호랑이 눈에 정확히 박혔다. 호랑이는 쓰러졌고 이광도 혼이 빠져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쏜 화살에 죽은 호랑이를 보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고 호랑이 형상을 한 바위 한 가운데 자신이 쏜 화살이 박혀있었다. 이광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다시 한 번 바위를 향해 화살을 당겼다. 하지만 화살은 튕겨져 땅에 떨어졌다. 호랑이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에 이광은 온 정신을 모아 화살을 당겼기 때문에 바위를 뚫는 괴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어릴 적에 호랑이와 맞닥뜨렸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의 증언에 의하면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얼마나 큰지 혼이 다 나갔다고 한다. 으르렁 거리는 호랑이와 대면하고도 화살을 당길 수 있을 정도의 담력을 키우듯이 나는 매일 벽에 붙인 스케치를 바라본다. 그 스케치는 바위를 뚫을 수 있는 내 마음의 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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