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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꽃 Oct 05. 2022

체육관 지박령 3년의 시간

나는 한 건물 안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평소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곳을 찾아 스케이트 타다 힘들면 그곳에 머물러 있다. 스케이트장은 타러 가는 곳이자 휴식처였다. 가끔은 내가 언제까지 이곳에 이렇게 다닐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스피드 성인 같은 경우에는 경력 10년 이상 기본으로 넘어가는 분이 많지만 피겨는 그렇지 않다. 이걸 취미로 길게 배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 봐도 가장 오래된 분이 10년 경력의 그 아저씨, 그다음이 나다. 피겨에 정말 중독되었다 싶은 사람은 자주 있지 않고 몇 년에 한 번 정도 나온다. 처음에는 너무 재밌다며 왜 이런 운동을 지금 발견했냐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광적으로 다닌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대부분 1년 내로 그만둔다. 길어야 2~3년? 내가 처음 배웠을 당시 잘 타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3년이 딱 고비인 시기인 것 같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전까지는 막연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시기였다면 3년 정도 되면 여기가 한계구나라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는다. 이제 독학이 주가 되고. 마음이 울적해지는 날이 많다.


오래 다니다 보면 일반 강습생들은 모를 만한 이야기를 나보다 더 오래 배운 사람들에게 듣게 된다. 같은 종목은 아니고 스피드분들에게서. 어떻게 그런 걸 아나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자주 쉬러 가는 곳이 특정 사무실인데 스피드분들 중에 빙상 관계자가 있나 싶다. 빙상장 내부의 일까지 알게 되면 이곳의 터줏대감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여기 참 오래 다녔네 싶고. 이런 것까지 알게 되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을 빼놓고는 다 한 번씩 건드려 본 느낌이다.


나에게 피겨 3년 차는 권태기의 시작이었으며 초반에 마냥 좋기만 했던 모든 것들에 불만점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시점이었다. 나도 이제 몇 년 다녀봤다고 선생님들의 강습 방법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각 선생님들의 특징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건 직접 겪은 일이라 데스크 직원보다 더 많이 알 거다. 배우며 강습 환경이나 강습 방법에 대해 불만이 생기기도 했고 선생님도 바꿔보고 강습 방식도 바꿔보며 나름 불만점을 어떻게든 타파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불만점이 사라지는 건 잠시 뿐이었다. 가면 갈수록 이전과도 다른 빙상장 풍경에 불만만 가득해져 조건만 갖춰지면 다른 곳을 가겠다며 벼르게 되었다. 지금도 드릉드릉하고 있다. 언젠가 다른 곳으로 떠날 거라고. 다니기만 오래 다녔지 정은 점점 떨어지기만 한다. 애틋한 감정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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