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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멋진 사람이야

나를 살려준 말

by 글로리 Jul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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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감이 떨어져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주눅이 들 때가 있었다.  그때 누군가 '역시,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마음 한 구석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미간과 코가 시큰거리고 목구멍으로 뜨거운 무엇인가가 삼켜졌다. 그것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감동'이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내게 '역시,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준 그는 대화를 부드럽게 종결시키기 위해 한 말일 수도 있고, 습관처럼 입에 붙은 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진심으로 나를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잔뜩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던 내게 그 사람이 던진 말은 '감동의 물결'이 되어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었다.


 그날, 나는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밀렸던 수다를 기분 좋게 떨었고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해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먼저 전화를 잘하지 않는 딸이 먼저 전화해 안부를 묻는다는 것은 꽤 기분이 좋은 상태임을 눈치챈 엄마는 또 아무렇지 않게 일상의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빠 흉을 보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에 몇 번 응수를 해주다 바쁘다는 말로 대화를 종료했다.


 참 희한하다. 기분이 좋았었는데 갑자기 다운되었다. 그리고 왜 엄마는 아빠가 너무 좋다고, 너무 사랑스럽다고 말한 적이 없는 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한 것 같긴 한데, 왜 칠십 가까이 된 마당에 더 사랑하지 못하고 흠만 보이는 것인지, 나 또한 결혼해서 살아보니 부부 사이가 늘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칠십 가까이 된 엄마가 아빠 흉을 보니 듣기가 싫었다. 아빠를 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감동의 물결에서 착잡한 마음으로 변화하는데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왜 감정이 갑자기 변했는지 고민했고, 그것은 '말'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처음 들었던 말은 나를 살리는 말이었다.
 "역시, 멋진 사람이야."


 그 말을 듣고 나는 감동이라는 것을 받았고, 그 좋은 기분으로 누군가와 기분 좋게 통화하며 좋은 기분을 이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때 엄마와 통화가 되었고,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이라도 했는지 잔뜩 속상한 이야기만 털어놓으셨다. 나를 욕한 것도 아닌데 나는 그 대화가 불편해졌고, 눈앞이 아득해지며 통화를 종료하고 싶어 졌다.

 그 이유는 엄마의 말이 '살리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기분은 엄마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남편, 아이들, 친구, 지인 심지어 인터넷 속 누군가의 댓글에서도 만난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증오하고, 부정하는 언어들 말이다. 그 언어들의 속뜻은 '그러니 나를 위로해줘'이지만, 그 언어를 듣는 제3자는 몇 번의 위로로 노력해도 그들의 마음이 온전히 풀어지지 않음을 깨닫고 함께 어두워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신기하게도 말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밝게 혹은 어둡게도 만들 수 있는 것.


 그렇다고 속상하고 힘든 일을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그래서 고민을 해보았고, 속상한 일들을 토로하고 싶을 때 조금은 정제된 언어로 가급적 짧게 말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그 짧은 토로에도 상대방은 충분히 알아들었고 직접적인 위로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당신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 말이다.


 "힘들고 속상하겠다. 네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어. 같이 산책할까?"
 "괜찮아. 그런 사람의 말에 네 마음을 잠식당하지 마. 넌 충분히 멋지고 좋은 사람이야."

 라고 말이다.


  '살리는 말'을 해야 한다. 살리는 말이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말이다. 아첨이 아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힘이 나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실수를 했는가? 그렇다면 쥐어박는 말이 아니라 살리는 말을 하자.


 "나도 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어. 그런데 실망하지 마. 이번 실수로 인해 다음에는 더 잘 해낼 테니까."


 살리는 말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살리는 말을 선물하고 싶다.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군요. 존재 자체로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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