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부터 집 근처 교회를 다니고 있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학창 시절부터 나를 전도하려는 친구들이 있었으나, 온전히 믿음을 가질 수는 없었다. 나는 자아가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러던 내가 부모가 되고 내 자녀만큼은 내 뜻대로 될 수 없음을 알았다. 아이가 6살 때 팔이 부러지며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두 달이나 깁스를 하고 퇴원했는데, 일주일 뒤 같은 팔이 또 부러졌다. 그래서 또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
내가 당하는 슬픔은 이미 굳은살이 박여서 아프지 않은데, 어린 자녀가 다치니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를 것 같았다. 누군가는 죽을병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위로했다. 맞는 말이지만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팔이 부러진 것은 수술 후 시간이 흐르면 낫는 병이라는 뜻이겠지만, 당시로서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위로가 이해가 된다. 병원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불치병으로 병원에서만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경험한 사고는 큰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어린 엄마였고, 6살 아이가 환자복을 입고 깁스를 한 채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고,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이가 팔 깁스를 푼지 얼마되지 않아 넘어져서 팔이 또 부러졌을 때, 나는 왼쪽 눈이 가렵기 시작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대상포진이 눈으로 온 것이다. 다행히도 아이가 입원한 정형외과 아래 층에 가정 내과가 있어 조기에 발견했고 약도 빨리 먹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눈에 대상포진이 오면 실명의 위험이 있고, 빨리 발견하지 않았으면 큰 일 날뻔했다고 하셨다.
처음 알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몸으로도 올 수 있음을.
눈썹 부분에 프랑켄슈타인처럼 상처가 퍼졌고, 눈썹 한 올 한 올에 바늘이 박힌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당장 내가 고통스러우니 팔이 부러진 아이를 케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시어머니께서 데리고 가 돌보게 되었고, 나는 혼자 집에 있었다. 남편은 회사에 갔으니, 종일 집에 혼자 있는 셈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수포가 터지고 상처가 나는 눈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때 처음 우울증 비슷한 것을 앓았던 것 같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가 와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냥 침대에 누워, 이대로 영원히 침대 밑으로 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2주가 되어 나의 눈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아이도 집에 돌아왔다. 여전히 깁스를 한 상태였지만, 내 눈이 다시 정상이 되니 아이를 돌보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의 불안증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유치원을 가도, 놀이터를 가도, 집에서 잠깐 위험한 자세로만 있어도 다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밤마다 울면서 두려워했다.
'나는 엄마 노릇 못하겠어. 너무 무서워. 또 다치면 어쩌지?'
그러던 어느 날, 깁스를 한 아이와 함께 마트를 가는데 교회가 보였다. 그리고 교회 입구에서 온화한 미소를 가진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었는데 내 귀에 쏙 박히는 말이 있었다.
"잘될 거에요. 기도할게요."
그들을 지나쳐 가면서도 그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저곳에 가면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응원과 기도를 받을 수 있을까? 신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면 우리 아이를 책임져주실까?
그렇게 나는 아이를 데리고 교회에 가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7년 전이다. 나를 전도하려던 친구들과는 연락하며 살고 있지 않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나 스스로 교회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렇게 하나님께 기도하는 성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지혜롭지 못할 때가 있는 사람이지만 힘들어하는 그 누군가에게 말한다.
"잘될 거에요. 기도할게요."
누군가는 그 말이 매우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바닥까지 마음이 떨어져 봤던 나는 안다. 절망적인 그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빛이 될 수 있음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잘될 겁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