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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기 좋아

나를 살려준 말

by 류혜진

또다시 살이 쪘다. 살이 찐다는 것은 매우 눈치 보이는 일이고 불편한 일이다. 우선 옷 입을 때 그렇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엉덩이와 옆구리가 신경 쓰인다. 이전과 다른 핏에 대해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가리고 싶은데, 살찐 정도가 지나치면 가려지지도 않는다. 누구 탓은 하고 싶지 않다. 먹은 것은 나고 덜 움직인 것도 나니까.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나의 뜻과 달리 못 움직이고 그래서 스트레스로 먹었으니까.


나를 살찌게 한 녀석은 바로 코로나다.


확찐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몸이 망가졌을 것이다. 나 또한 늘 반복되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잘 유지하고 있는데 2019년 겨울에 터진 코로나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이들도 2020년 초에는 학교에 잘 가지 않아 삼시 세끼를 차리다 보니 덩달아 같이 잘 먹게 되었다. 한 끼 정도는 굶었던 라이프 스타일인데, 외부 활동을 잘 못하는 탓에 먹는 즐거움을 택한 것이다.


안다.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을.


살이 한 번 찌면 빼는 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다이어트도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그 흐름을 놓치면 다시 바투 잡을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벌써 2년째 못하고 있다. 2020년 봄부터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해 2021년 현재까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거울과 사진을 통해 살이 찐 내 모습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당장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살찐 내 모습을 보며 화도 안 난다. 살짝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 시국에 먹는 즐거움마저 없으면 너무 우울하잖아?' 하는 생각으로 모면한다. 모든 상황을 코로나 때문이라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살찐 사람들은 자신이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주변에서 말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몸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조금만 걸어도 힘이 들고 옷이 잘 맞지 않아 불편한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먹기가 참 힘들다. 다이어트 결심만 벌써 두 달 째다. '나 내일부터 다이어트할 거야'라고 외치지만, 가족들 모두 그러려니 한다.


얼마 전, 플로깅을 다녀왔다. 플로깅은 거리의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것이다. 플로깅을 하면서도 숨이 차다는 생각을 한 나는, 누가 묻지 않았는데 '살이 쪄서 그런가? 아우, 힘들어'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살에 대한 자격지심을 가진 것이다. 이때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이 그러는 거다.


"무슨 살이 쪘다고 그래요? 딱 보기 좋은데!"


안다. 그냥 하는 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참 고마웠다. 이전보다 살이 찐 것을 나도 알고, 그 동생도 다 아는데 자격지심 가진 나를 위해 살려주는 말을 해준 것이다.


살이 찐 사람에게 살 빼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상처만 받을 뿐이다. 다이어트는 스스로 결심할 때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니 살찐 거 다 보이지만, 괜찮다고! 이쁘다고! 해줘야 한다. 힘들겠지만 말이다. 그 사람이 진짜 살 빼기를 원한다면 그냥 말없이 기도하고 응원해주자. 그 사람이 스스로 의지를 가질 때까지!

또 아는가?
내일부터 다이어트 흐름을 제대로 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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