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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괜찮은 첫출발 아니야?

나를 살려준 말 (#쉽고편한아둘맘의한글교육 #책쓰기 #출판 #한글떼기)

by 류혜진

최근에 단행본 하나를 출판했다. 홍보와 마케팅이 처음이라 어떻게 책을 알려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조금씩 팔리더니, 이제는 거의 안 팔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주문형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서 손해는 없으나, 이왕 책을 냈으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가족 외에는 내가 책을 낸 줄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를 아는 지인들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브런치와 블로그, 카페 등에만 책을 냈다고 작은 소리로 외칠뿐이다. 이게 편하다. 내가 성공하든, 그렇지 못하든 익명의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나를 아는 가족과 지인들은 나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많다. 그들의 관심은 때때로 날카롭게 느껴진다. 분명 부드러운 음성으로 '책 좀 팔렸어?' 하는데, 내 귀에는 '너의 능력이 어느 정도야?'로 들리는 것이다.

단행본 하나 내놓고, 매우 꼬인 면이 생성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깟 책이 뭐라고, 그깟 작가가 뭐라고. 알량한 자존심이 꿈틀대며 날카로워진다. 심지어 아침마다 온라인 서점 cms에 들어가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삶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책을 팔고 싶은 사람으로 변했다.


그 점이 서글펐다. 책 파는 사람이 꿈은 아니었는데, 자꾸만 경로 이탈을 하고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판매지수를 확인하며 책을 팔 궁리를 해대고 있는 것이다. 글도 밥을 먹어야 쓸 수 있는 것이니 판매지수가 중요하긴 하다. 작가도 돈이 있어야 생활이 되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책 파는데 주력하면 안 된다. 현재 새롭게 시작한 글이 두 가지나 있다. 그 두 가지의 글을 완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하나는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고 하나는 신앙 간증문이다. 나는 나만의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데, 자꾸만 책을 파는 인간이 되려 하니 답답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금도 그렇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출판사 등록과 책 쓰기였는데 어느새 나는 이곳에 사활을 건 사람처럼 감정을 소모하고 있다.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여정 중 하나일 수 있으나, 그 여정을 지나는 지금 괴로운 마음이다.


글을 쓰고 싶은 가?
돈을 벌고 싶은 가!

딜레마다. 딜레마.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돈이 따라왔다! 고 말하고 싶다. 그 지경에 이르렀으면 좋겠다. 그 지경에 가려면 나는 얼마나 많이 깨지고 노력하며 성장해야 할까?


며칠째, 올라가지 않는 판매지수를 보며 아니 어제보다 더 떨어진 판매지수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심지어 쓸데없는 것에 집중하는 내 자신이 안타까워, 책 쓰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남편이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그러는 거다.

"당신, 7월에 책을 냈네?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팔았으면 성공 아니야? 대형 출판사를 낀 것도 아니고, 당신이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 말이야. 이 정도면 괜찮은 첫출발인데?"


하, 괜히 기분이 좋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의연한 40대이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남편의 칭찬에 나는 다시 살아났다. 결국 나는 남편 앞에서 마음껏 잘난 척을 하며 자존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어느새 다음 계획을 내비친다.


1년만, 1년만 더 해보자.

책 쓰고, 책 팔기! 1년만 더.......


내 계획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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