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작의 순간

 '떨어졌어요. 연습할 때 잘 해서 꼭 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져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그녀의 문자를 보고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녀의 실망과 슬픔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닌데 풀이 죽은 태도가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에게 나의 이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시 또 시험을 봐야 한다는 절망감에 빠진 그녀에게 귀엽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실망이 조금이라도 상쇄되도록 간식거리를 쿠폰으로 보내줬다. 그리고 어차피 취득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다양한 수식어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녀의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지나갈 일이고, 실망하는 상황조차 귀엽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그 길을 건너온 자의 여유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운전면허 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졌고 떨어질 때마다 속상했다. 하지만 취득하고 나니 '거, 참 별 것 아니네'라고 여유를 부리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모든 일이 그렇다. 무엇인가를 갖기 위해 애쓰며 달려갈 때는 갖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은데, 갖고 나면 참 별 것 아니다. 그것을 가졌다고 내 상황과 위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물론, 갑자기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어차피 후회라면 하지 않겠다며 연애와 결혼도 포기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므로 그 선택도 인정한다. 어쩌면 그가 더 지혜로운 것인 지도 모른다. 고생해서 가졌는데, 가져보니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나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갖지 않고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물론 갖기 위해, 쓰는 에너지들이 만만치 않게 버거워 늘 사력을 다한다. 그만큼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다 쓴다는 뜻이다. 그렇게 아등바등 노력해서 성취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상처 받을 일도 없는 사람과의 평안함과 맞바꿀 수 없다.     

 그래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조금은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흔을 넘어오며 가진 여유일 수도 있으나, 정말로 모든 일은 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져 속상해하는 것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을 한 것은, 지나온 자의 여유일 수 있으나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나온 것은 모두 의미가 있다. 운전면허시험에 한 번에 붙지 않고 떨어진 것도 그렇다. 그녀에게 '떨어짐'이 허락된 것은, 그녀의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코 녹록치 않은 운전의 세계에 조금 더 겸손하게 입문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인 지나간다. 그래서 참 좋다. 꺾이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영원히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에 감사하기만 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