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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지 Jun 26. 2024

ENTP의 육아? 낳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세상에, 2주 일찍 나와버렸다



초보 엄마답게 육아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긴다는 것.

원하든 원치 않든 어느 정도의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독자님이 DM으로 보내주신 서점 매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내가 직접 찍은 나의 첫 책


그도 그럴게 너무 바빴다. 


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하고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있었다. 그 덕에 19년 말에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년 동안 11쇄를 찍었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지. 


들어오는 제안들을 최대한 거절하지 않았다. 프리랜서는 항상 일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찾아주는 곳이 있을 때 ‘감사합니다’ 하고 해줘야 한다. 유튜브, 자문사 PB, 강의 촬영, 두 번째 원고 등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냈다.


뱃속 아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데 집중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뱃속의 아기의 엄마가 되는 일은 내 우선순위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닥치면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아무런 이벤트 없이 잘 태어나준 지안이에게 참 고맙다) 


10주차 20주차 30주차에 찍은 사진


그런데 배가 불러가며 모든 일이 점점 버거워졌다.


매일 아침 일어나기가 힘들었고, 체력은 점점 바닥났다. 임신을 하면 출산을 준비하기 위해 릴렉신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골반과 관련된 관절과 인대를 이완시켜 준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리고 아팠다. 평소에도 약했던 허리의 통증은 더욱 심해져서 임신 중기부터 임부 복대를 차고 일해야 했다.


침대에서 수시로 뒤척이니 숙면을 취할 수 없었고,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나서 "으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깨기 일쑤였다. 게다가 꼭 새벽 3-4시 즈음에는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온라인 강의를 위한 인터뷰 촬영, EBS 다큐it 촬영 모습
상암동에서 유튜버 전인구, 김작가 님과 함께 촬영한 tvN Shift 촬영 장면


하락 추세에 있는 주가 처럼 컨디션은 반등 없이 계속 떨어졌다. 


너무 쉽게 피로해졌다. 혈액순환이 안 되어 손발이 붓고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졌다. 아기가 방광을 자극해 20~30분마다 화장실에 가야 했고, 1시간만 앉아있어도 배가 당기고 아팠다. 태동도 점점 강하게 느껴졌다. 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고, 강의 준비와 촬영, 원고 작업이 2~3개월 지연되었다.


막상 작업한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아 '이것 밖에 못해?' 하고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 점점 커져가는 배와 떨어지는 능률은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여갔다. 본격적으로 출산 준비를 해야 하는 임신 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더 일에 매달렸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나는 모성애라곤 1도 없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엄마였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출산 이후의 삶이나 육아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일과 육아를 충분히 병행할 수 있을 거라고만 여기며.



37주 5일차에 예정일 보다 16일 일찍 태어난 지안이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더 크게 충격을 받는 법이다.


아기는 출산예상일 보다 16일이나 일찍 태어났다. 첫 번째 출산이고, 배가 내려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철 없던 나는 양수가 터졌을 때조차 당장 아기를 낳는 일보다 있는 일이 걱정되었다.


’아… 초고 마무리 안 끝나서 지금 나오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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