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로 가기 전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말씀을 잡았다
시장이 하락세에서 돌아서려면 강력한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1년 넘게 하락하던 미국 시장을 반전시킨 건 AI모멘텀이었고, 저의 우울함을 반전시킨 건 바로 ‘말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성경을 펼친 건 아니었습니다. 여행이나 쇼핑으로 기분을 전환해보기도 했고, 육아 스트레스 때문인가 해서 육아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효과는 있었지만 일시적이었어요. 작은 반등이었죠. 그러다 병원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베란다를 바라보다 "뛰어내리면 편해질까?"라는 생각이 스쳤을 때, 정신과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죠.
병원 예약까지 알아보고 나서,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말씀을 의지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색이 크리스천인데, 정말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본 게 맞나 싶었거든요. 말씀을 의지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병원의 도움을 받자고 생각했습니다.
말씀은 제게 강력한 모멘텀이 되었습니다. 집중해서 들은 것도, 열심히 읽은 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집에서 유튜브로 틀어둔 말씀에서 주님이 제 마음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긴가 민가 하니까 반복적으로 제 마음에 울림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깔딱깔딱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에서, 말씀은 제 마음을 조금씩 반등시켰습니다.
산후우울증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멈춤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임신 전부터 저는 늘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 수면장애에 시달렸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꼈죠. 멈추어 돌보아야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힘듦을 외면하고 뭉개었습니다.
저는 극도로 결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쉴 새 없이 몰아붙였고, 결국 지쳐 쓰러졌어요. 그런데도 뭐 하는 거냐며 빨리 일어나라며 채근만 했습니다. 개그맨 문상훈 씨는 "태교 하는 마음으로 살기로 했다"라고 말했어요. 저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태교 하듯 돌보고, 따뜻한 말을 해주고,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시간이요.
저를 먼저 사랑하고 인정하니, 다른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더라고요. 처음엔 아이를 돌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깨달았어요.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저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요.
여전히 주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제 삶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저를 붙들어 주셨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전히 제 몸을 돌보는 게 서툴러요. 무리해서 임파선과 편도선이 부어야지만, 몸살이 나야지만 많이 힘들었구나 압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프면 잠시 쉬어갈 줄 압니다.
그리고 쉼이 끝나면 다시 시작하지요. 지금도 오늘도 그렇게 제 삶을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