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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알아주니 행복한 거구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냈는데, 더 커져서 감동으로 돌아왔다.

by 린지




선물이 도착했다.


지안이의 봄 신발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내 편지와 책까지 함께 왔다. 예상치 못한 내 선물이라니!





'그 책 덕분에(정확히는 책에 담긴 너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고단한 순간마다 다시 힘을 내며 지나올 수 있었어'



언니의 글귀에 마음에 울렁거린다. 아.. 내가 보낸 마음이 전해졌었구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이 좋다. 특히 손편지 쓰는 거. 표현이 서툰 편인데 글로 표현하는 건 왠지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 마음이 온전히 상대방에게 전달되다니...! 보내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내가 전한 그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준다는 게 참 기쁜 거였구나. 언니의 편지를 읽으며 마음에 온기가 퍼졌다. 마치 봄이 스며드는 것처럼.





언니와는 영어 스터디에서 처음 만났다. 언니와 남편은 임신을 준비했고, 그리고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을까 말을 고르다가 포기했다. 우리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일까? 하는 자기 검열을 했었나.


그러다 다시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는 꼭 축하해 주고 싶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할까. 감히 헤아릴 수 없어, 조심스레 육아책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내가 어떤 말을 적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이후로는 서로 사는 게 바쁘니 한동안 연락이 뜸했다. 그러다 내가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할 때 언니가 먼저 카톡을 보내왔다. 생일날 갑자기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우리 둘 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는 언니가 일감을 주고, 함께 일하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얼마 전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편지와 함께 보냈다. 그냥 선물만 보내기보다 내 마음이 이렇다는 걸 전해주고 싶어서. 만약 누군가 나에게 그래주었을 때 기쁠 것 같아서. 글을 쓰는 게 일인 언니를 위해 예쁜 키보드를 골랐고, 내가 좋아하는 시가 담긴 엽서를 꺼냈었다.





우리는 서로 위로를 받는가 보다. 서로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언니가 보내주는 글을 보면 유난히 울컥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 공감이 가서. 이걸 어떻게 알았지? 싶으니까. 남편도 아닌 멀리 있는 언니가 마음을 알아주니 신기하고 감사하다. 사실 지안이 선물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심하지 않은 사람이. 감사함을 표현하고, 미안함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먼저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 해야 하는데. 고마움을 전하는 일조차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안될까.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p.s1 피자는 따끈할 때 먹어야 제맛이다. 글도 그렇다. 감정이 뜨겁게 올라왔을 때 써 내려가는 맛이 있다. 물론 푹 묵혔다가 곱씹는 글도 좋지만, 그 순간의 온기를 담아낼 수 있을 때가 있다.





p.s2 사실 글을 올리는 지금 며칠이 지났는데. 역시 미리 써두길 잘했다. 육아로 지친 지금이라면 위에 처럼 글을 쓰진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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