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영어 전공자라고 하면
영어를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영어 잘해서 좋겠다!”
“영어 좀 보여줘요!”
어딜 가나 정말 지겹도록 듣는 말에 귀가 따갑다.
심지어 나는 영어를 잘 하지도 못하는데
뭘 어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휴우.. 말을 말자.
주변 친구들은 영어로 과제가 생기거나 영어로 궁금한 게 있으면 다 나에게 들고오기 시작했다.. 주희야 이거 변역좀 해줘. 주희야 이메일좀 봐주라.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주희야.. 이거 영어로 어떻게 해? 도와줄 수 있어? 이것저것 종류도 다양하다. (음.. 나도 사실 몰라.. ) 라고 말할 수 없어서 꾹 참았다. 온갖 사전과 자료들을 검색해서 친구들을 도와주는 수밖에.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과에 오게 된건데.. 이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갑자기 모든 것이 180’로 뒤집혔다. 하늘과 땅이 띠용.. 거꾸로 뒤집혀버린 거 같았다. 내가 영어로 말하는 걸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내 발음. 내 영어실력, 사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는 걸 들킬까봐 무서웠다. 누가 알아채면 큰일날 거 같은 기분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치심은 날로 커져갔다. 영어는 하루아침에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되었다. 영어좀 제발 그만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