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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만난 낯선 원어민 선생님

by 조이제주


초등학교 때였다. 우리 동네에 한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는 잽싸게 나를 수업에 보내주었다. 아이들이 네다섯명 있는 수업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부터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 당시 내 영어이름은 Liz였다. 선생님은 내 이름을 참 많이 불렀다. 리즈 리즈 하면서 영어로 말을 하는데 이건 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심장이 쿵쾅쿵쾅 했다. 고개를 들기조차 어려웠다.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수업을 시작했다. 영어 교과서에 Hello 하고 말하는 지토가 그려져 있다. 영어 수업시간엔 영어교실로 이동을 해서 원어민 선생님 수업을 듣는다. 학교에도 외국인이 있다니! Hello, Hello 하며 Dialogue 연습을 했다. 그리고 한 명씩 선생님에게 가서 영어로 1:1로 대화를 했다.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엄청 긴장했던 기억만 난다. 원어민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기만 해도 나는 뚝딱뚝딱 로봇이 되었다. 선생님이 Hello 말고 다른 이야기라도 꺼내면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이건 예상치 못한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하지.. 음.. 어.. 음.. 아.. 부끄러운 마음, 어떻게든 말해보려는 마음까지 순간 교차한다.


아, 어떡하지.. 잠깐만요,,타임!!

베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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