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자

나는 쉬운 일에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다.

by 박하


내가 입학하던 해, 같은 반 아이들은 여섯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해 입학생이 총 여섯이었다. 작고 어린 아이들은 제 몸뚱이 하나 가누기 어려워했다. 여자 셋, 남자 셋으로 성별에 따라 끼리끼리 놀았으니까 잘못 밉보이면 함께 놀 사람이 없게 될 걸 알고 있었다. ‘예쁘다’는 여자의 언어. ‘멋지다’는 남자의 언어. 분홍색은 여자 파란색은 남자. 그런 게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시대였다. 물론 난 멋진 사람이고 싶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이 멋진 거라서 어렵긴 했어도 말이다. 다른 부모들이 손을 흔들며 운동장을 서성일동안 할머니는 나무를 보며 그루터기에 앉아있었다. 교장이 좁은 단상에서 입학식에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소사는 아직 미처 녹지 않은 눈을 넉가래로 밀었다. 내 옆으로는 이장 아들이 히죽거리며 서 있었다. 날 놀림감으로 삼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장은 가장 형편이 나은 집안이었다. 가리 중에서도 상가리 가장 볕 잘 드는 집. 그에게 잘 보이면 이런저런 이득을 볼 수 있었는데 도시에서 귀농을 했다가 텃세를 견디지 못하거나 이장에게 밉보여 다시 도시로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대체로 입김이 센 이장 편에 붙기를 잘 했다. 할머니 집에 자물쇠를 거는 건 이장이었다. 그리고 자기가 꼴 사나워질까 빈 말을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 중에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보니…. 어쩔 수가 없어. 할매가 이해 좀 해주셔.

문이 잠겨 있어서 찾아가면 때마다 듣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빈 손으로 가지 않고 할머니는 뭐라도 들려보냈다. 무청이라도 뜯어 갖다 주면 집 자물쇠가 열렸다. 이장의 집은 좋았다. 외면은 매끈한데 신발 신을 툇마루가 달린 양옥인지 아닌지 모를 이상한 집이었지만 그게 참 근사한 집처럼 보였다. 이장은 집에서도 늘 모자를 쓰고 있었다. 굵직한 글씨로 ‘송골매’라고 쓰인 모자였다. 내가 집이라 부르고 마을 사람들이 창고라 부르는 곳에 있는 농약 이름. 문 열린 방 안에서 밥을 먹고 있던 아이가 내 옆에 선 그 애였다. 난 항상 녀석을 송골매라고 불렀다.

송골매는 나의 형편을 진작 알고 있었다. 아무리 못해도 이장이 하는 말을 들었을테니 불에 홀라당 타 버린 원래의 집이나, 창고를 임시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 어떤 어른이, 특히나 자신의 부모가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도 그 지위를 자신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불어 함께 멸시하고 아랫사람이라 생각하게 되겠지. 그렇다고 송골매의 행동이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이라는 건 지위도 역할도 막론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일까.


-어디서 좀약 냄새가 나잖아? 늙은사람 냄새.

입학식이 끝난 뒤 어른들은 돌아가고 아이들만 있는 교실에서 날 보며 그런 식의 말을 하는거다. 아이들의 표현에는 필터가 없다. 그래서 당하는 입장으로는 말의 파괴력이 대단하다. 같은 나이인 것을 고려하면 자신의 부모가 가진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아 이용하려는 생각이었겠지.

순순히 좀약을 쓰는 사람은 좀약 냄새가 무엇인지 알아챌 수 없다. 언뜻 방귀냄새 같기도 한 걸 몸에 내내 두르고 있으면 코는 냄새를 잊고만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좀약을 써요? 하고 물어보면 ‘옷에 벌레 먹지 말라고 그러지.’보다는 ‘이게 다 돈이 없어 그렇다’대답하는 할머니가 자연스럽다. 녀석이 그렇게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잘난 것을 이야기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날 들먹이는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딱 와서 말하면 될 걸. 마주보고 하지 못할 이야기를 하는 게 이장 아저씨도 똑같지. 그 집 아들이라 다를 바 없겠지. 맨날 몰래 와서 문을 잠그고, 물도 잠그고. 남을 괴롭히면서. 송골매는 들으라는 듯이 말했고 난 무시하면 될 일을 넘기지 못했다.

-나한테 냄새가 난다고?

-어 냄새 나. 방귀 냄새 같은 거. 할머니랑 둘이 살아서 그런가?

-너한테도 비린내 나. 나쁜 사람한테 나는 냄새.

-뭐라고? 난 사실을 말한건데 아무 말이나 막 하지마.

자기가 하는 말은 ‘아무 말’이 아니라는 건가 보다.

-나도 사실을 말했는데 네 말이 사실이면 내 말도 사실이겠지.

지기 싫었다. 정말 지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녀석은 얼굴이 빨개져서 식식대다가 나를 때렸다. 난 의자에 앉아있다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우당탕탕이라는 소리가 형식적인 표현인 줄로만 알았는데 책걸상이 쓰러질 때는 정말로 그런 소리가 났다. 난 넘어지면서 바닥에 얼굴이 부딪혀 코피가 났다. 정말 맹세컨대 송골매에게 맞아서 난 건 아니었다.

그 뒤의 일은 순식간이었다. 반사적으로 선생님을 부르러 간 아이, 말리지 않고 구경하는 아이, 맞은 건 난데 왜 자기가 우는지 모를 여자애, 넘어진 의자가 차례로 보였다. 송골매에게 멱살을 잡혀 다시 맞게 되려는 찰나 어른 몇 명이 들이닥쳤다. 소사가 나타났다. 아저씨가 팔을 한 쪽씩 들자 금세 떨어질만큼 우린 작았다. 선생님은 뒤늦게 들어왔고 소사가 잽싸게 내 코를 손으로 막고 날 데리고 나갔다. 소사에게도 좀약 냄새가 났다.


양호실이라고 적힌 곳에는 상주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누가 치료를 담당하는걸까. 이 거칠게 생긴 남자가 다친 아이들을 돌보는 일까지 한다고?

-고개를 뒤로 젖혀봐라. 그럼 자연스레 멎을거야.

-아저씨는 코피가 자주 났었나봐요.

-자주 났지, 친구들이랑 싸우면. 먼저 코피가 나는 사람이 지는 줄 알았지.

-그럼 지는 게 아니에요?

-그래. 어른들도 싸울 때가 있어. 어릴 때만 싸워봤으니까 ‘상대방 코를 때려서 피가 나면 이기는거다!’ 그렇게 생각했었지. 근데 이젠 코피가 나는 사람이 이기는거더구나. 이해가 안 되지? 그런데 그게 이기는거야.

소사는 연고나 소독약을 들었다 놓았다하며 코피에는 바르는 약이 결국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별 수 없이 새로 갈아끼울 휴지를 건넬 뿐이었다. ‘어떻게 당하고만 있을 수 있어요?’ 대꾸하고 싶었는데 난 소사에게 화가 난 게 아니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양호실 가득한 약 냄새는 사람을 무척 차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맞기만 했구나.

-안 맞았어요. 그 놈이 미는 바람에 바닥에 코가 부딪혀서 그런거에요. 때릴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말리는 바람에 못 때렸어요.

-뭐라고 했길래 그러니? 애들 싸움이야 다 거기서 거기다만.

-좀약 냄새가 난대요. 내가 할머니랑 단 둘이 살아서 그렇대요.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는데?

-저도 냄새가 난다고 했어요. 나쁜 놈 냄새가 난다고 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후련했니?

소사는 날 눕혀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때 소사의 행색을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머리칼 사이로 알알이 박힌 하얀 비듬, 눈가의 주름, 그리고 벌겋게 달아오른 볼은 아직 건조한 계절 탓에 갈라져 터진 모양이었다. 그 때까지 나는 울지 않았는데 마구잡이로 눈물이 막 흘렀다. 아저씨 말은 애써 날 달래려고만 하는 말 같아서.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러는데도 어디 아픈 게 아니냐 소사가 자꾸만 묻는 통에 더 줄줄 울었다. 피는 금세 멎었다. 이럴거면 양호실까지 올 필요가 있는건가. 소사가 하는 말은 이해하기 싫었다. 그 녀석을 두드려 패줄 수 있다면 뭐든할만큼. 난 잘못한 게 없으니까. 억울해서 그렇다고 그래야 했는데 나는 영 딴판인 대답을 했다.

-돈이 없어서 그래요.


정리된 교실에서는 간단히 인사와 소개를 마친 아이들이 앉아있었다. 앞으로의 학교 생활과 필요한 물품에 관하여 적힌 종이가 책상에 놓였다. 내가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과 내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 선생은 첫 날부터 싸움을 벌인 문제아에게 살갑게 굴 생각이 없었는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칠판에 적힌 세 글자가 아마도 담임의 이름일 것이다. 송골매와 나의 분위기를 읽은 터라 잠잠했던 아이들은 아이였기 때문에 침묵을 오래 지키기 어려웠다. 선생도 없고, 춥고 떠들지만 않으면 된다는 분위기여서 교실 한 가운데에 있는 연통에 모였다. 우린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연통에다 올렸다.

으레 동네가 가까우면 몰려서 놀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는데, 참 이상하게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몰랐다. 상가리 하가리를 떠나서도 동떨어진 동네마다 아이가 하나씩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크기가 같은, 그러나 다른 동물을 본 일이 처음이면 이렇게 눈치를 본다.

나는 연통에 쫀드기를 올려 구웠다. 양호실에서 소사가 울지 말라고 주머니에 넣어 준 쫀드기였다. 무려 호박꿀까지 들어있는 쫀드기였다. 아침부터 싸우는 통에 이름조차 못 들은 아이들이 다가와서 난 모두에게 한 줄씩 뜯어주고 바라만 보는 송골매에게도 다가가 한 줄을 건넸다.

-먹어.

아이의 싸움으로 보자면 누구라도 녀석이 이겼다고 생각했겠지만, 소사의 말마따나 송골매는 단순히 내게 이겼다는 감정만 가진 건 아닌 듯 했다. 그래서 나의 행동이 녀석에게 단순히 사과를 받아내기 위하여 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느꼈을거다. 송골매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줬다고 해서 여론이 뒤바뀌었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그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고작 쫀드기 한 줄을 받고 스스로 항복하기가 찜찜하려면 본인이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미안해.

-나도 미안해.

우린 쫀드기 하나만으로도 화해할 수 있는 사이였다. 사이가 아니라 아이였을 수도 있다. 머쓱한 사내아이들의 마음에 멋짐과 강인함이 먼저 자리잡아 고집을 피우기 전, 마지막 다정함을 지닌 어린아이 말이다.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넌 이름이 뭐야?

-무기. 성은 이 씨야.

송골매의 표정이 또 짓궃게 변했다.

-알아, 알고 있으니까 하지 마.

나는 바로 덧붙였다.


학교에선 아직도 연통에 도시락을 데웠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알게 됐던 건, 송골매의 도시락이 다른 친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번듯한 집에 살아도 매번 도시락에 고기반찬을 담는 게 아니었고, 계란후라이나 분홍 소세지를 넣는 게 아니라는거다. 녀석의 옷에서 좀약 냄새가 나지 않을지언정 먹는 것이 같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째서 동질감을 느끼는지 모를 일이었다.

송골매가 집에 돌아가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최초의 사회란 바로 학교다. 힘이 가장 우선하고 빌붙는 사람이 생기고 눈치를 살피고 선생의 권력을 빌리기도 하면서 자란다. 힘이 돈으로, 눈치가 처세로 바뀌기 전까지는 명실상부 짐승의 세계다. 할머니에게 하는 일을 보면 어른들의 다툼도 유치했지만, 아이들의 다툼을 어른의 다툼으로 끌고 갈만큼 유치하진 않았나보다. 눈치를 줄지언정 창고에서 살게 해줬던 동정심과 비슷한건가했다. 난 문제를 일으킨 사실에 대해 걱정하진 않았고, ‘권력’이라는 단어를 알만큼 성숙하진 않았지만 그 권력을 느낄만큼은 성숙했기에 집과, 수도와, 자물쇠 같은 걸 걱정했다. 할머니는 평소처럼 아무말이 없었고 송골매와의 싸움으로 인하여 어떤 시련도 생기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넘어갈 수 있었다. 쫀드기는 정말 대단한 물건이었다. 소사의 혜안이 대단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송골매와 다툰 사실 역시 조용히 우리끼리만 알고 있었다. 코피를 흘렸으니 승리는 송골매의 몫이었다. 그 때의 승부는 죄다 그랬다.


가리에 사는 아이는 송골매와 나 뿐이어서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등교와 하교를 함께 하고, 놀다가 늦더라도 비슷하게 돌아가면 꾸중을 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미약한 이익관계라도 원만히 유지할 수가 있었다. 보통, 아이들이 싸우고 뒤 친해지는 경우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건 다 뻔한 일이라고 말한다. 뻔한 일들이 뻔하다고 하는데엔 이유가 있다. 송골매와 나는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빵을 쪼개먹거나 오락기 앞에 앉아 게임을 했다. 난 게임을 직접 하기보다는 구경하는 쪽이었다. 송골매가 능수능란하게 왕을 깨는 걸 구경하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면 녀석이 짐짓 으쓱해져서 기록된 점수에 내 이름을 새겨주고 그랬다. 난 일곱살이고. 더 설명해야만 할까? 내가 송골매와 둘도 없이 친해졌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세계는 항상 쉽지 않아서 우린 자주 다투기도 했다. 쉽게 싸우고 쉽게 화해하기를 반복하면 학년이 올랐다. 그만큼 송골매와 싸우게 될 때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쉽게 싸웠지만 화해는 점점 어려워졌다. 각자 자존심이라는 게 자라기 시작해서 괜히 모른 척 하는 시간 동안엔 혼자 다녔다. 작은 분교의 장점은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있을 때 반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단점은 사이가 나빠져도 반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어쩔 수 없는 걸 알지만 자존심이 더 강해질 때 난 송골매와 멀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요령없이 시작된 학교 생활이었기에 이 정도면 꽤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에게는 그게 당연해야만 한다. 보통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문제들만 벌어져야 한다. 해결하지 못할 것만 같은 경우에는 우물쭈물하거나 도망쳤다. 다행히 아무도 범인을 찾지 않았고 하루만 지나면 쓱싹 해결되어 있는 문제들. 쉬운 것들. 이를테면 공놀이를 하다 창문을 깨트리거나 복도에 우유를 엎지르거나 하는 문제들. 나는 쉬운 일에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다. 이후 벌어질 어려운 일들로부터 내내 도망다니게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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