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 : 배달 시간

치킨을 기다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요즘 배달 음식을 시키면 늦어도 한 시간이면 오던 음식이 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 때문인데, 안전이 최우선인 요즘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장 방문이 아닌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한다. 배달료가 더블로 붙어도 아랑곳 않고 배달을 시키는 상황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말 다 했다.


우리 집은 원래 배달을 잘 시켜 먹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살이 찌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야식을 먹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배달을 시켜 먹을 일이 거의 없었다. 가끔 나가서 외식을 하기는 했지만. 한 번은 지인 중 한 사람이 배달 어플에만 거의 천 단위의 돈을 썼다는 얘기를 듣고 기겁을 했는데, 주변 친구들은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그 당시만 해도 나는 배달 어플을 하나도 깔지 않았었다. 어차피 쓸 일도 없고, 가끔 피자나 치킨을 시켜 먹을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해서 시켰기 때문에 굳이 깔지 않았던 것.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집에 있을 일이 많아지자 어쩔 수 없이 배달 어플을 하나 깔았다. 그래 봤자 이제껏 다섯 번 정도 시켜 먹은 게 전부지만, 그래도 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젯밤, 엄마가 치킨이 생각난다며 저녁밥 대신 치킨이나 시켜 먹자는 말에 저녁 6시쯤 치킨을 주문했다. K사의 치킨을 유독 좋아하는 엄마는 굳이 묻지 않아도 그 브랜드의 메뉴를 탐독 중이었다. 그러나 나는 타 브랜드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며 한번 먹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할인 행사뿐 아니라 K사는 배달 시간만 90분인데, 타 브랜드는 30분 이내로 도착한다는 말에 솔깃했다. 하지만 엄마의 입맛은 확고했다. 그렇게 우리는 8시 이전에만 도착하면 감사하다는 말이 나올 각오로 주문을 했다.


그렇게 주말 예능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딱히 재미는 없지만 무료하게 치킨을 기다릴 수는 없어서 한없이 리모컨을 휘둘렀다. 예상 도착 시간인 7시 40분쯤 문자가 도착했다.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냐는 세상 친절한 메시지였다. 나는 단호하면서도 약간의 신경질적인 모드로 '아니오' 버튼을 눌렀다. 이제 90분도 지났는데 넌 대체 언제 올 작정이니? 그러면서 '타 브랜드 치킨을 시켰으면 벌써 도착해서 먹고 치웠겠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가족들이 하나 둘 집에 들어올 때마다 나는 현재 상황을 브리핑했고, 엄마는 그만 좀 말하라며 시끄럽다고 샤우팅을 하기에 이르렀다. 8시가 되었을 때쯤 배달원의 따스한 손길로 전해진 치킨 한 마리. 이게 뭐라고 우리는 약 2시간에 걸쳐 이 음식을 기다렸는가. 나는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시원한 맥주를 먼저 오픈했다. 그리고 치킨을 먹었다. 화는 났지만 맛은 있었다.


그리고 어플로 들어가 리뷰를 쓰려고 하는 순간 나처럼 열 받은 사람들의 글이 넘쳐나는 걸 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3시간을 기다려 받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늦을 걸 예상했지만 다 식어빠진 치킨이 도착할 줄은 몰랐다며 역정을 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인정받는 브랜드지만 배달 시간을 지키지 못해 욕을 먹는 건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인 듯했다. 엄청나게 밀린 배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돌파했을 때, 파이팅 넘치는 리뷰를 남길 수밖에 없는 듯 보였다. 한 입 거들까 하다가 이미 비슷한 내용의 리뷰가 넘쳐나서 리뷰 남기기는 포기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

"우리 그냥 다음부터는 타 브랜드 치킨 시켜 먹자. 여긴 평일 낮에나 먹어야겠어."


엄마는 알겠다고 답했지만, 아마도 또 치킨이 당기면 K사 치킨을 시켜달라고 할게 분명하다. 다음에는 주문을 해두고 픽업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시간 안에 받아서 먹는 걸 목표로 하고 움직여보겠다. 치킨 하나 먹으면서 이렇게까지 다짐을 해야 하다니.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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