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 변수

학교폭력 이슈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예상하고, 확인하고, 정리하고의 반복이지만 그럼에도 빠트린 것이 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곤 한다. 최근 연예계나 방송가는 그 어느 때보다 들썩이고 있다. 학교폭력 이슈 때문이다.


배구계에서 터진 학교폭력 이슈가 연예계로 넘어가 배우, 가수, 아이돌, 스포츠 스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확실한 증거나 정확한 판단을 하기 전에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방송가는 사실 유무에 대한 판단을 그리 오래 기다려줄 수가 없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학폭 이슈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수가 된다.


예능 프로그램은 생방송을 제외하고 웬만하면 2-3주 정도를 앞서 녹화한다. 더 빨리 한 달 전이나 사전 제작 형식으로 녹화를 해놓는 경우들도 있지만 아무리 늦어도 2주 전에는 녹화를 해놓는다. 편집과 종편을 생각하면 이것도 빠듯하다. 물론 시사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거의 한주 텀으로 녹화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제작진은 거의 생방송을 준비하듯 피가 말린다. 그렇게 2주 전에 녹화를 해놓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논란에 휩싸이거나 최근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학폭의 가해자로 거론되는 순간 제작진은 멘붕에 빠지게 된다.


방법은 그 연예인의 해당 부분을 모두 편집으로 드러내거나 어쩔 수 없이 함께 걸린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인데, 말은 쉽지만 직접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의 처음부터 편집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전에 모 연예인이 방송 이틀 전에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부랴부랴 그 연예인이 나온 부분을 모두 편집하고 어찌어찌 방송이 나갔지만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로 그 사람이 그런 사고를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연예인이 수시로 사고를 치진 않으니까. 하지만 요즘 방송가는 거의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배구계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학폭 가해자인 적이 있냐고 묻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학폭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인상 깊었던 댓글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끄적여 본다면.


누군가 학창 시절 당신의 괴롭힘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 말하면 깊게 생각도 않고 '아니다'라는 말부터 내뱉지 말고 하루라도 깊게 생각하고 입장을 발표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행동에 타인은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받았을 수도 있다. 피해자는 인생의 절반을 그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는데 가해자는 자신의 이미지 지키기에 급급해서 하루가 넘어가기도 전에 섣불리 부정을 한다. 하지만 결국 인정하고 사죄를 한다. 가해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기적이고, 피해자는 사과를 받으려다 또 한 번의 상처를 받는 꼴이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은 대중에게 부정적인 시선으로 덮어지기 전에 상황을 모면하려고 어떻게든 노력한다. 인식이라는 게 한 번 바뀌면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자신의 과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일 텐데,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닐 텐데, 어떻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든 넘어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2차, 3차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생각 안 하나. 그 안일한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 그들은 알까?


이미 한차례 배구계의 학폭 이슈에 대해 글을 남겼지만 또다시 학폭과 관련된 글을 쓴 이유는, 생일날 출연자의 학폭 이슈가 터져 며칠 째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는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생각이 나서 쓰게 됐다.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학폭 이슈가 하루빨리 잠잠해지길 바라는 마음과 숨어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뿌리 뽑아 다시는 이런 논란이 불거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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