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 예민한 성격

예민하다는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가끔 예민하다는 말을 듣는다. 만약 누군가 '너 좀 예민하다.' '예민한 편이신가 봐요.'라는 말을 건넨다면 사람들은 그 말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도 예민하다는 뜻을 긍정의 의미로 써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를 보면 예민의 뜻이 모두 나쁘지만은 않다.


-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에 있다.


최근 프로그램을 같이 했던 선배 언니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책임감이 강해서 모든 걱정을 다 끌어안고 가려는 성향인 것 같다고, 그래서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 보였다고. (마지막 촬영 날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알고 계셨군요^^;) 그런데 그다음 말이 아리송했다.


"네가 예민해서 일을 잘하는 거야. 원래 일 잘하는 사람들이 예민하잖니."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들은 후배와 눈이 마주쳤는데 '엥?' 하는 표정을 서로 지었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은 것은 기분이 좋고 감사한 부분인데, 예민하다는 수식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예를 들어, 꼼꼼하다, 디테일하다와 같은 표현이 붙었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을 것 같은데, 예민하다는 표현 때문에 이게 칭찬인지 아닌지 판단이 불가했다. 그래서 그때 후배와 함께 뜻을 찾아봤다. 언니의 멘트가 칭찬이었다면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라는 의미의 예리하다, 였겠지 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얼마 전 친구와 호텔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어쩔 수 없이 더블베드 형식으로 된 객실을 예약하게 되었다. 나는 잠자리가 바뀌어도 잘 자는 편인데 반해 친구는 누군가 옆에 있으면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나는 최대한 뒤척임을 최소화하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친구는 잠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친구는 자신이 예민한 탓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씻고 준비를 하는 약 40분간 친구는 쪽잠을 잤다. 몇 시간 뒤, 호텔을 나와 각자의 일터로 이동하던 중 친구는 문자를 보내왔다.


"앞으로 나는 예민 보스야. 그렇게 불러."


우리가 이럴 때 사용하는 부정적 의미의 예민하다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라는 뜻이 아닐까. 너무 날이 선 반응을 보이면 우리는 흔히 예민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니까. 누군가 옆에서 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잠에 들지 못했던 친구처럼.


두 가지 상황만 보더라도 예민하다는 뜻은 다르게 사용된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예민하다고 한다면 무작정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분히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


그런데 내가 예민했던가... 갑자기 이 글을 쓰다 보니 예민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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