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엄마의 지휘 하에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의 요리는 오삼불고기. 처음 해보는 요리지만 이제는 파와 다진 마늘, 그리고 기본 재료만 있으면 웬만한 건 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옆에서 이렇게 저렇게 지시를 하면서 뚝딱뚝딱 잘 만들어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뭐 이 정도 가지고,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마의 마무리 멘트는 "이제 결혼만 하면 딱이네."로 끝이 났다.
30대 중반부터 엄마와 무슨 대화를 나누든 마무리는 동일했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건데? 만나는 남자 없니?"
"왜 없겠어. 결혼할 상대가 아닐 뿐이지."
"남자 거기서 거기야. 뭘 그렇게 따져."
"그치. 그럼 아무나 잡아서 결혼할까? 막살다가 별로면 이혼하고?"
"야!!!"
언제나 대화의 끝은 파국으로 마무리 된다. 엄마는 내가 빨리 결혼을 해서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길 원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둘이 알콩달콩 사는 게 꿈이다. 아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내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 엄마는 나의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아마 내가 결혼을 하더라도 또 한 번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아무튼 요즘은 '결혼 토크'를 꺼낼 명확한 타이밍이 생겨버렸다. 손을 다친 엄마 대신 요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다가 요리가 마무리되면, 실력이 대단하다며 선 칭찬 후 결혼 타령으로 이어진다. 나는 어느 순간 이 대화를 차단하기 위해 말꼬리를 잡기 시작했다.
"요리 잘하는 거랑 결혼이랑 무슨 상관이야. 언제 적 신부수업 타령이냐고~"
"누가 신부 수업하래? 결혼해서 네 남편 밥 한 끼도 못해줘서 소박맞는 일은 없겠다는 거지."
"나는 결혼해도 요리 안 할 건데? 남편이 해줄 건데?"
"누구 있어? 누가 있어서 그런 말 하는 거야? 아주 꿈이 야무지다, 야무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 말씀 틀린 게 하나 없다며 언제 결혼할 거냐고 다그치시면 곧 할 거라고 하란다. 그래서 오늘은 기다렸다는 듯,
"너 이제 진짜 결혼할 때 됐나 봐. 요리를 이렇게 잘하네."
"엄마 내일모레 시간 돼?"
"왜?"
"내일 모레 엄마, 아빠 시간 되면, 그날로 결혼 날짜 잡으려고."
하지만 친구의 말과는 달리 엄마는 역정을 내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30대 초중반까지는 결혼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중반을 넘어서 후반대로 진입하니 결혼 이야기를 묻는 사람들이 싹 사라졌다. 가망이 없어 보이는 건지, 실례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마음은 편해졌다. 물론 그동안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 묻는 게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이제 내 결혼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부모님뿐이다. 비혼 주의자도 아니고, 연애를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지 확신도 서지 않고 뭔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철딱서니 없어 보일까 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그리고 진짜 결혼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는데 그 둘이 모두 비혼 주의자여서 때를 놓친 것도 있다.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이다.
나는 거의 10년째 주일마다 배우자 기도를 한다. 그럼에도 아직 소식이 없다는 건 때가 되지 않은 거라고 믿는다. 내일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를 드릴 것이다. 이제는 배우자 기도를 하면서 추가로 엄마가 결혼하라는 잔소리 좀 그만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어머니, 때가 되면 출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결혼을 종용하지 말아 주세요.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