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일 : 반려견 산책

산책길을 걷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우리 동네에는 호수를 따라 꽤 길게 이어져있는 산책길이 있다. 집에서부터 거의 끝까지 걸어서 한 바퀴를 돌아오면 약 40-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저녁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날이 좋아 바깥에서 산책을 하고 싶을 때, 땀을 내며 운동을 하고 싶을 때 등 자주 애용하는 코스다. 운동을 하기에도 좋고, 산책을 하기에도 좋은 코스라 남녀노소 할 거 없이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산책을 나오고, 젊은 커플이나 부부들은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반려견을 키우는 주인들은 강아지 산책 코스로도 많이 애용한다.


최근 먹은 거에 비해 움직임이 적었던 나는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일찌감치 간단한 저녁을 해결하고 운동 겸 한 바퀴를 돌기 위해 나섰다. 미세먼지 상태는 나쁨이었지만 도톰한 마스크를 끼고 가볍게 한 바퀴를 돌기로 마음먹었다. 중간 정도 갔을 때쯤 저 멀리서 반려견과 함께 걸어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통통하고 포슬포슬한 강아지는 너무 귀여워서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강아지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발 동동 거림을 보여주었다. 반려견의 주인은 내 행동이 꽤나 절실해 보였는지 발걸음의 속도를 낮추는 게 느껴졌고, 시크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강아지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어디서 봤는지, 들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발견하더라도 절대 만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절대 주인의 허락없이 터치하지 않는다.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에 조심 또 조심! 포슬포슬한 강아지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지만 시크한 주인에게 말을 거는 건 너무 어려운 미션이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눈으로만 애정을 표했다.


나는 정말 단순하다. 길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남자가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동물이 좋아서 죽겠다는 남자들을 보면 그게 또 그렇게 사랑스럽다. 오늘 산책길에서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남자를 네 명 정도 보았는데, 그들이 가장 매력적일 때는 센 척 또는 폼을 잡고 걷다가 강아지들이 멈춰 서거나 갑자기 유턴을 하는 경우 속절없이 강아지의 패턴에 휩쓸려 움직일 때이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사납게 생긴 사람일지라도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면 순수한 매력이 느껴진다.


반대로 동물을 막 대하는 남자는 아무리 잘생기고 능력이 좋아도 꼴 보기가 싫어진다. 친구가 오래 만난 남자 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했다가 헤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반려묘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결혼을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를 물었다고 했다. 친구는 '처리'라는 단어에서부터 열이 받았지만 차분하게 나는 이 고양이와 헤어질 생각이 없다고 하자 그 남자는 부모님 댁으로 보내든 알아서 정리를 하라고 했다. 그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물건과 같은 존재였던 것. 친구는 몇 년을 만난 남자 친구였지만 그때 그 태도 때문에 바로 헤어짐을 고했다고 했다. 우리는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처리'하라는 말에서부터 화가 나서 심장이 두근거렸으니까.


동물과 아기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강아지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소개팅을 나가거나,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면 공식 질문처럼 묻는다.


"혹시 동물 좋아하세요? 저는 강아지를 제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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