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 대리만족

먹방 유튜브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일평생 다이어트를 하는 나는 먹방 유튜브를 끼고 산다. 다이어트를 할 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 음식을 먹는 유튜버의 방송을 보는 것이다. 일명 대리만족! 유튜버가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먹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1시간가량 영상을 보고 있으면 배고픔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확하게 두 부류로 나뉜다. 배고플 때 먹방을 보는 부류와 보지 못하는 부류. 보는 부류는 나와 비슷하게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들이고, 보지 못하는 부류는 배고파 죽겠는데 남이 먹는 걸 보고 어떻게 참을 수 있냐는 입장이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보지 못하는 부류의 인간인데 내가 먹방을 2시간씩 보고 있다고 하면 그걸 보다가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이미 알고 있는 맛을 타인이 먹어주는 걸 보면서 약간의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약간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먹고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먹방 유튜버는 꽤 많다. 햇님 언니, 도로시 언니, 웅이, 야식이, 히밥 등. 물론 뒷광고 논란 이전에는 프란, 나름, 엠브로의 먹방도 챙겨봤었다. 프란과 나름은 다시 돌아왔지만 그들의 먹방은 잘 보지 않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엠브로의 시골집 먹방을 좋아했던 1인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보게 될 것 같다.


방금 전에도 햇님언니의 방송을 봤는데 얼마나 야무지게 드시던지, 메인 메뉴를 드시고 케이크 하나를 후식으로 순삭 했다. 요즘은 햇님언니 방송을 가장 많이 본다. 햇님언니의 먹방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출근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퇴근 시간은 알 수 없는 느낌이다. 분명 오늘은 이것만 먹을게요,라고 시작하지만 잠시 일이 있어서 껐다가 다시 들어가도 여전히 먹고 있는 언니를 발견할 수 있다. 어느샌가 오른쪽 상단에는 아까와는 다른 메뉴들이 추가되어 있다. 다른 먹방 유튜버와는 달리 햇님언니의 끝나지 않는 야근 스타일 먹방은 아무리 길어져도 루즈하지 않고, 신기하게 부담스럽지 않다. 분명 이 정도에서 위가 모두 찼을 텐데,하고 생각하지만 언니는 아주 평화롭게 완주를 한다. 그래서 더 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 제대로 꽂힌 먹방 유튜버는 웅이다. 우연히 알고리즘의 소개로 보게 되었는데, 어르신들에게 손자처럼 다가가는 모습에서 바로 구독을 누르고 모든 영상을 정주행했다. 어르신들이 너무 많이 먹는 웅이를 걱정하며 잔소리하는 걸 보는 맛도 있고, 어르신들에게 친손주처럼 친밀감 있게 다가가는 웅이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복스럽게 먹는 모습까지! 순둥이 같은 웅이가 변치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후딱 백만 구독자를 양성하길 응원한다.


아주 다른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도로시 언니는 매운 게 당기는 날 무조건 찾게 된다. 매운 음식에 캡사이신을 넣고, 청양고추를 넣는 어마 무시한 도로시 언니. 도로시 언니 영상의 단점은 다음 날 무조건 매콤한 음식을 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또 맛있게 먹는 언니 때문에 비슷하게 매운맛을 따라 가다가 가랑이가 몇 번이고 찢어질 뻔했다. 참 다양한 먹방 유튜버가 있지만 매운 음식에 특화되어 있는 도로시 언니는 그 분야에서 최고다.


야식이 아저씨의 먹방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 분은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기부 천사로도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음식을 오물오물 씹다가 한 번에 꿀떡 넘기고 음미하는 듯한 입모양이 포인트다. 저러다가 체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대단히 건강했다. 그리고 유독 착한 가격으로 장사하는 상인들을 찾아간다는 포인트가 있다.


히밥은 정말 푸드파이터라고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빨리 먹기로 유명하다. 그녀가 정말 놀라운 것은 술도 정말 잘 마신다는 거다. 남자 유튜버들과 겨누어도 절대 지지 않는 그녀. 뒷광고 논란이 있었지만 돌아온 후에도 가끔씩 보게 된다. 너무 신기해서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많이 먹는 먹방 유튜버들이 많지만 그녀가 탑인 것 같다.


먹방을 즐겨보는 1인이지만 가끔 속상할 때가 있는데, 바로 먹방이라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다. 음식 이미지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뇌를 자극해 비만을 증폭시킨다는 연구 결과나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과다 분출되어 결국 과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들먹이며 먹방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먹방을 보면 식욕이 자극된다는 뜻의 '푸드 포르노'라는 단어까지 등장해 먹방 자체에 대한 불쾌감을 선동하는 경우들이 꽤 많다. 하지만 나처럼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 먹방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까지 굳이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먹방이라는 콘텐츠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 유튜버들의 먹방이 세계로 뻗어나가 따라 하는 외국 유튜버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 정도의 파급력이라면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콘텐츠가 아닌가.


나는 최근에 또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먹방에 심취해있다. 그런 의미로 끄적인 글인데 혼자 심각해진 건 어쩔 수가 없다. 잠들기 전, 또 어떤 먹방을 보러 갈지 고민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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