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 독서 정체기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시간이 날 때 책을 읽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소설 두 세 권, 시 한 권, 인문학 서적 한 권, 에세이 한 권 등. 이미 읽고 있는 책이 있어도 새로운 책이 당기면 바로 열어봐야 하는 성격이고, 한 권의 책을 쭉 읽다 보면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해서 선택한 방법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다섯 권 정도 되는데 오늘 오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한 권의 책을 펼쳤다가 '아, 이 책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을 말할 수는 없지만 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 기승전결이 느껴지지 않고 계속해서 병렬식 구조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현재까지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점과 뉘앙스는 캐치했으나 딱히 흥미를 끌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문제의 발단인 것 같다. '이 작가님이 이런 분이 아닌데'라는 독백과 함께 끝부분을 살짝 넘겨보았다. 뭔가 있겠지!?


간혹 책을 읽다 보면 권태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나, 한글로 적힌 문장인데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글이 담긴 작품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럴때면 꽤 오랜 고민 끝에 책을 덮어버린다. 그리고 거침없이 중고 서점을 달려가 이 책이 꼭 필요한 분들을 위해 판다. 나에게는 더 이상 읽힐 책이 아니기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읽을 책도 아닌데 꽁꽁 싸매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일 경우 그 판단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번이고 다시 시도를 해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팔게 된다.


오늘 오전에 읽은 책은 어려운 내용이 아니지만 흥미를 끌지 못했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기에 한 문장 한 문장이 얼마나 어렵게 쓰이는지 안다. 그래서 작가가 된 이후, 누군가의 글에 대해 쉽게 평가할 수 없는 병에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잘 쓰고 못 쓰고의 기준은 결국 내 글을 타인이 흥미롭게 지켜보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에서 보자면 오늘 오전에 읽은 책은 잘 쓴 글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벌써 78일째 작심 일기를 이어오고 있다.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라이킷을 눌러주셨다는 알림이 울리면 그게 그렇게 감사하고 감동으로 밀려온다. 사실 대단한 이야기보다는 하루 안에 불현듯 생각난 것을 끄적이는 정도라 부끄러울 때가 더 많지만, 단 몇 분이라도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면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작심 일기를 왜 쓰는지에 대해서는 마지막 날 다시 한번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렇게 짧은 글을 쓰면서도 타인의 평가에 감정이 요동치는데 장편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얼마나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일까. 본인의 판단과는 다르게 타인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오랜 시간 공들여 쓴 글들이 외면당할 수도 있는데. 작가에게 의미 있는 글이 독자에게 가치 없는 글이 되는 순간 그 글은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그것만큼 작가를 지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전에만 해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지, 이 정도에서 포기하고 중고 서점을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는데 이 글을 쓰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려고 쓴 글인데 스스로 글을 쓰다가 답을 찾았다. 끝까지 읽어봐야겠다. 단순히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 허공으로 흩어지도록 둘 수는 없다. 반드시 완독을 해서 리뷰를 쓸 수 있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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