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는 열 마리가 넘는 거북이 있었지만, 그중 유독 작은 세 마리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항상 붙어 다녔는데, 먹이를 먹을 때도, 플라스틱 미니어처 동굴에서 쉴 때도, 심지어 일광욕을 위해 모래 언덕에 올라올 때도 세 마리가 마치 형제자매처럼 서로의 등껍질을 밟고 포개지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곧 이들을 '거북이 세 자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한 마리가 움직이면 나머지 두 마리가 엇갈린 방향으로 멈추는 독특한 '삼각 정지' 자세는 포토존의 인기 요소가 되었고, SNS에도 자주 등장하며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
이제 리안에겐 C5 구역의 거북 수족관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하루 중 즐거운 일정이 되었다. 습관처럼 리안은 거북 수족관을 찾았다. 리안의 시선은 곧장 다른 구역—자기 계발서, 교재, 기술 서적—앞에서 책을 보는 이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대체로 단단한 목표나, 혹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불안해하는 초조함을 품고 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빠르게 움직이는 시계의 초침처럼 바쁘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거북 수족관 주위에서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에게는, 리안이 단정할 수 없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배어 나왔다. 그들의 눈빛은 조금 더 편안했고, 입가에는 느슨한 미소가 자주 걸렸다. 리안은 그것이 과연 자신만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인지 궁금했다.
“가현아, 수족관 주변 사람들 표정이 왠지 더 행복해 보이지 않니?”
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안은 누군가의 확인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리안의 그런 마음을 단번에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아무렴요, 두 말하면 잔소리 디요. 우리 유리안 동지께서 손수 아이디어를 내어 탄생한 이 수족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입사 동기 가현은 능글맞게 과장된 북한 말투를 구사하며, 두 눈을 덩그렇게 부릅뜨고 입 꼬리를 실룩샐룩 올렸다. 그녀의 연기력은 리안의 피로를 씻어내는 청량제와 같았다.
“근처만 가도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저 동무들을 보면 잘 알지 않겠습메까? 내래 덕분에 거북이 밥 주고 청소하는 일이 잔뜩 늘었디만요.”
가현은 연극배우처럼 허공에 손짓 몸짓을 섞어가며 연설하듯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가현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능청스러운 말투는 리안의 경직된 마음을 단번에 풀어놓았다. 리안은 그만 참지 못하고 '빵'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아, 동무래 그만 고정하시라요.”
리안이 간신히 새어 나오는 웃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리안의 청명한 웃음소리가 평온하던 인문학 구역에 파문처럼 퍼져나가자, 주변 고객들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화들짝 놀란 가현이 허둥대며 재빨리 두 손으로 리안의 입을 가려 막았다. 가현은 귓가에 대고 "동무, 지금 여기서 혁명 재판 받으려요?" 하고 속삭였다. 상황을 수습하려 안절부절못하는 가현의 모습조차 리안의 눈에는 코미디극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웃음이 사그라진 가현의 표정에는 당황함과 진심 어린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리안은 가현의 손바닥 안에서 간신히 웃음을 삼켰지만, 마음속으로는 뜨거운 물결이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