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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너와 나의 간극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Sep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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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기본 덕목이라고는 하지만, 내 경우는 그 거리가 턱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워낙 괴팍하고 별난 성격 탓인지 평생에 걸쳐 가족들과의 불화를 겪어 온 마당에 하물며 타인과는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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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무관심과 몰이해에서 기인하는 가족과의 불화와 달리 타인과 거리를 두는 건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일 뿐이다.

그 거리가 좁혀져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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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시당초 좁혀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오로지 인형만을 사랑하다가 인생을 마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마음에 깃드는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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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위로하는 다정한 친구의 속삭임이 간절한 날이 있을 수도 있고, 연인의 달콤한 귓속말이 아쉬운 날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인형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나로부터 더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응시하며 그들과의 사이에 가로놓인 유리벽의 두께를 짐작해 본다.

어쩌면, 사랑한다고 해서 그 유리벽이 없어지지 않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이해할 수 없는 현기증을 동반한 두통이 찾아드는 동안에도, 여전히 내게 있어 사람이란 내게 멀기만 한 존재다. 체온과 교감을 나누는 존재가 아닌, 그저 서너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응시해야 하는 관찰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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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지지 않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건, 오히려 인형이 사람보다 내게 더 가깝다고 느꼈던 날들을 보냈기 때문일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호흡곤란이 체증과 더불어 나를 짓누르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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