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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 Oct 18. 2021

6. 그저 집에만 있는 여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사회의 쓸모없는 부품이 되었다.    

 출산휴가가 시작되었을 때, 기뻤다. 무엇보다 임신 38주까지 근무했었기에 몸이 아주 무거웠다. 더군다나 당시에 한여름이었기에 임신 때문에 더운 몸이 더 더웠다. 출산휴가를 시작하고서는 아이를 만나고 싶어 빨리 갔으면 하고 바라던 시간이,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줄어드는 휴직 기간이 서글펐다.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3개월로 아이가 5개월일 때 복직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이 출근하고 집에 덩그러니 아이와 나만 남았을 때 가끔 복직하는 나를 상상했다. 복직하면 편하게 화장실을 갈 수 있겠지? 복직하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겠지? 복직하면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할 수 있겠지? 어느 날은 복직하기가 싫었지만, 어느 날은 복직할 수 있다는 사실로 하루를 버텼다. 내 자리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했다. 복직하면 아이와 함께하는 이 하루가 그리워지리라 생각하며 보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사회의 쓸모없는 부품이 된 기분이 들었다. 복직하더라도 더는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았다. 매일 하던 엑셀의 단축키도, 한글의 매크로 하는 법도 생각나질 않았다. 회사 프로그램의 사용법도 전혀 기억나질 않았다. 복직해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복직 후가 두려워졌다. 몇 개월 일하지 않았다고 고물이 된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육아휴직 중 지역이동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의 어린이집 문제로 고민을 하던 터라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더는 나를 기다려주는 회사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로 고장이 나버린 톱니바퀴가 되어 사회라는 기계에서 탈락한 느낌이었다. 몇 년 동안 일한 짧은 경력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심란할 때면 채용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저 집에만 있는 여자    

 회사를 나오니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게 가장 괴로웠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매일 비슷하게 흘러갔고, 해야 할 일이 많고 번거로웠지만 아무도 내가 하는 일에 칭찬을 해주지 않았다. 나는 칭찬이 고팠다. 꼭 칭찬이 아니더라도 어떤 보상이 필요했다. 매달 같은 날에 들어오던 월급이라는 보상이, 상사의 칭찬이 그리웠다. 나는 육아의 굴레 속에서 어떤 성취도 느낄 수 없었다. 아이의 비위를 맞춰주는 무보수 노예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일하는 여자가 부러웠다. 워킹맘이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그러면서도 내가 재취업을 하는 상상을 하면 도망치고 싶었다. 일하다가 아이가 아프면 연차를 계속 쓸 수 있을까? 아이가 너무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벌 수 있는 돈보다 절약하면서 사는 게 더 이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나는 그렇게 그저 집에만 있는 여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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