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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Oct 20. 2021

8. 임신 중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세상 모두가 외로워하고 있지만, 그 외로움을 잘 표출하지 않는 것 같다.

임신 중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나는 임신 중 만삭까지 근무하면서도 외로웠다. 그 외로움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외로움도 있었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남편, 사회생활, 나 자신에게서 오는 외로움도 있었다. 그런 나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했던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블로그를 열심히 하다.

 외로울 때마다 블로그를 활용했다. 임신 관련 포스팅을 올리고, 비슷한 주수 혹은 같은 지역의 임산부를 이웃으로 잔뜩 추가해서 이웃들의 글에 '좋아요'를 열심히 누르고 댓글도 많이 달았다. 원래 인터넷에서 댓글을 안 남겼는데 블로그 활동을 하며 댓글을 열심히 남겼다. 이웃들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임신’이라는 공통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깝게 느껴지고 동질감이 생겼다. 긴말하지 않아도 공감이 되고, 비슷한 감정을 느껴서 공감이 가는 포스팅에 댓글을 달며 사이버상으로 교류를 했다.      


2.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다.

 인스타그램은 ‘인생 최고의 순간’만 편집하여 올리는 곳이라고 생각되어 좋아하지 않았지만, 실제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창구이므로 인스타를 하기로 했다. 나도 내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편집하여 올렸다.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싶을 때면 연락을 하는 대신 간편하게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친구들의 근황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길게 나누지 않아도 짧고 원할 때 친구와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의 계정을 잔뜩 추가해놓았다. 내 관심사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욕구가 충족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3. 산후요가를 하다.

 임신 전에는 운동을 하다말다 했었는데, 임신하고 나니 운동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임신 중기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보통 16주부터 안정기여서 산후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데, 나는 못 참고 15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라고 해도 임신 전에 하던 운동에 비해 강도가 약한 산후요가였지만, 요가를 하면 몸이 개운하고 마음도 가벼워졌다. 매일 저녁을 먹고 정리한 뒤 거실에서 요가를 했다. 20분짜리 동영상으로 시작했던 요가는 점차 1시간을 훌쩍 넘어서 할 정도로 즐겼다. 요가는 수련이라더니, 요가를 할 때면 다른 잡생각은 들지 않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4.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다.

 만삭 때 오프라인 글 모임에 참석했다. 임신 8개월에 시작해서 9개월 말에 끝나는 과정이고, 코로나19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향후 몇 년간은 오프라인 글 모임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임신 중 몸이 많이 힘들지 않다면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추천한다.     


5. 글을 쓰다.

한동안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그 외로움에 대해 남편과 언니에게 토로해서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덜어낼 수 없는 마음에 참지 못해 이 글을 썼다. 이렇게 외로움을 느낀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친구 관계를 잘 형성하지 못한 것 같아 위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글로 써야지 분출이 된다. 임신 중 외롭다는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고, 그 글을 보고 많은 분이 자신도 외롭다며 공감해주었다. 다른 사람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지금은 이런 방법을 통해 덜 외로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 외롭다.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이런 순간들이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가 꿈에 나와서 연락했을 때, 친구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때나, 이제 이 친구는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나에게 연락하지 않구나. 날 생각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친구가 나와 빨리 대화를 끝맺으려고 하는 느낌을 받을 때, 혹은 단톡방에서 친구들이 답 없이 대화를 마칠 때.

 외로워진다.

 내가 지나치게 소심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친구의 근황을 너무 캐물으면 친구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캐묻지 않는데, 친구도 똑같은 마음으로 나의 근황을 묻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른 살의 우리는 이미 많이 커버렸고, 친구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하고 간격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회사 업무가 단순노동인 날에는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내가 너무 한가한 탓일까. 분명 회사 업무는 바쁜데 왜 자꾸 외로움이 끼어들까? 집에 가면 취미 생활을 하고 글을 쓰느라 바빠서 그런 생각이 하나도 나질 않는데.     


사실 모두가 외로우면서 티를 내지 않는 게 아닐까?     


 몇 년 전 한 친구와 이야기하며 친구가 인간관계에 대한 공허를 느낀다기에 놀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매주 다른 친구를 만나고, 자주 연락하는 친구도 많고, 회사 사람들과도 따로 만날 정도로 친하게 지내서 내가 볼 때는 친구가 외로울 틈이 없어 보였다. 인터넷에도 자주 나이가 드니 친구가 없어진다는 글이 올라온다. 그러면 댓글에는 나이가 들면 원래 다 그렇다는 답이 달린다. 세상 모두가 외로워하고 있지만, 그 외로움을 잘 표출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친구들과 연락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언젠가 친구들이 아기가 생기면 먼저 육아를 하는 내게 연락해올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우리의 관심사는 너무 다르고, 고민도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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