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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 Oct 22. 2021

에필로그 : 외로운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겪는 일은 시차를 두고 다른 어딘가에서 일어난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언제까지 외로운걸까?     


 이제 나의 아이는 돌이 몇 달 지났다. 출산 후부터 돌까지는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과정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돌이 지나자 외로움이 옅어졌다. 돌 전의 외로움 수치가 100%라면, 돌이 지나자 20% 정도로 줄어들었달까. 외로움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운동에 몰입하면서였다. 그즈음 일주일에 6일 동안 운동을 하며, 휴식하는 하루에도 운동하고 싶어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부상 때문에 운동을 쉬게 되면서 나는 다른 취미 생활을 찾았다. 친구와의 약속도 종종 있었고, 모임도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쓰는 지금은 외로움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외롭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흐릿할 정도로 지금은 전혀 외롭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 다시 외로움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럴 때면 내가 했던 많은 활동을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   

  

Photo by Abigail on Unsplash

외로운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외롭다’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건 일종의 금기처럼 터부시되어왔다. 외로움을 타는 것은 개인이 사회생활을 못해 문제 있는 것이며 인맥관리를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가 있는 기혼자가 외로움을 표출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기혼자가 외롭다고 하면 ‘부부 사이에 무슨 일 있어?’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나는 엄마가 된 뒤 외로움을 느끼는 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아이도 있으니 외로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외롭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외로움은 더욱 깊이 뿌리내렸고, 그 외로움이 울컥, 흘러넘쳤던 어느 날 글로 해소하고자 임신 후 외롭다는 글을 썼다. 

 글을 올리고 나서 포털사이트 메인에 몇 번 글이 노출되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댓글을 달아왔다. 의외였다. 나는 내가 부족해서 겪는 외로움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인간관계에 정성을 들이지 못해서, 내가 예민해서, 내가 부족해서 외로워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본인도 공감한다며 외롭다고들 했다. 이 외로움이 당연하다고도 했다. 개인적인 치부로 느껴졌던 외로움이 엄마에게 모든 육아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인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동안 외롭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지 않았던 것은, 그럴듯해 보이고 싶다는, 혹은 잘살고 있다고 뽐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외롭다고 주변에 말하는 순간 나는 인생을 잘못 산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용기를 내서 글을 쓰면서 마음이 가벼워졌고, 나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글을 읽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고 그들이 달아준 댓글에 다시 나도 위안받았다.     


 내가 겪는 일은 시차를 두고 다른 어딘가에서 일어난다는 말을 좋아한다.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을 누군가가 겪었고, 현재의 누군가가 겪고 있고, 미래의 누군가가 겪으리라 생각하면 내가 겪는 고통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참을만해졌다.

 아이를 키우며 자주 이 말을 생각했다. 이 말을 생각하면 항상 놀라웠다. 다른 사람도 이렇게 힘들다고? 나도 이렇게 자라왔다고? 하는. 

 그러니 당신이 지금 겪는 그 외로움도, 별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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