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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근 Oct 20. 2023

원소주기율 표

내가 왜 원소주기율 표를 보고 있을까... 

2020년 4월 나는 앞서 경험했던 '공시성'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여러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내 이목을 끄는 표를 하나를 발견했다. 표의 제목에는 “원소주기율 표”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왜 원소 주기율 표가 눈에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호기심에 살펴보기로 했다.




현재까지 118번 오가네손까지 원소가 발견되었으며 자연계에서만 존재한다는 94번까지의 원소, 그리고 그 이후 원소부터 118번까지는 입자가속기를 통해 연구목적으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관심 없는 내용이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호기심이 발동해서 좀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원소는 기본인 원자의 형태인 1번 수소에서 118번 오가네손까지 양성자와 전자의 수량만큼 번호가 매겨지고 또 그만큼의 중성자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들여다보는 내 입장에서도 대단히 규칙적으로 보였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상하게도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양성자와 전자가 마치 내가 앞서 고민해 온 '서로 상대적이지만 하나로 묶여있는 것'과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치 세상을 표 한 장으로 담아낸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원소의 번호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발전되는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이렇게 마치 시뮬레이션하듯 원소의 숫자들을 이어서 보고 있으니 마치 밀가루를 치대 듯 반복적이고 또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밀도가 축적되는 느낌을 받았다. 


원소의 밀도가 축적되는 느낌은 마치 '원소 밀가루 반죽을 칠수록 에너지가 밀도 있게 응집되는 느낌'이었고 '밀도의 임계점 끝에 서면 그다음 번호로 한 단계 나아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밀가루 반죽으로 산소를 빼고 빠진 산소만큼 빵의 밀도가 높아지듯, 원소 번호도 숫자가 올라갈수록 밀도가 축적되어 보였다. 그만큼 밀도가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원소가 담아내는 에너지와 형태 그리고 속성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소주기율 표, 건축물, 밀가루, 그리고 밀도를 이어서 생각하자 내 머릿속에는 계속 반죽을 치는 듯 모습이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이 반복적인 모습을 계속 반복적으로 생각하자 점점 밀도의 질감이 점점 두꺼워지고 그만큼 에너지는 더욱 선명하고 강력하게 다가왔다. 


내 머릿속에는 어느새 사람들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고 이 모습을 그대로 대입해서 생각해 보았다. 

먹고, 배설하는 행위

태어나고, 죽는 행위 

만나고, 해어지는 행위

문제를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

퇴화하고 진화하는 행위


계속 밀가루 반죽처럼 반복하는 행동을 통해서 밀도가 높아지고 밀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더 잘 지은 건축물이 되는 것 같았다. 더 잘 지은 건축물은 환경에 최적화되었다는 의미가 있으니 이 역시 생물이 진화하는 것과도 같아 보였다.  


이 생각은 어느새 기존 원소에서 새로운 원소로 탄생할 때를 새로운 원소의 탄생으로 보지 않고 에너지를 축적하는 기술로 보이 되었고, 에너지를 축적하는 기술을 다시 한번 재정의 해서 보면 자연에서는 진화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순환하는 사이클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는 이 과정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결론이 바로 '밀도'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에 결론을 얻자 그 순간 다음 생각이 봇물 터지 듯 터져 나왔다. 어쩌면 생명체는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가는 핵융합과정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살고 죽고 또 먹고 싸고 또 만들고 파괴하고의 과정은 오랜 시간이 지나 계속 에너지를 밀도 있게 쌓아가는 과정으로 느껴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우주에서 보면 콩알보다도 작은 지구도 그 크기와는 다르게 지구에서 일어나는 생명활동으로 엄청난 밀도를 끊임없이 축적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정자와 난자가 처음 만나 수정할 때 만들어진 수정란처럼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시작한 크기가 몇 천 아니 몇억만 배 이상 커져서 지금의 나라는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어쩌면 지구도 지금의 크기와 모습으로만 봐서는 안될 것 같았다.


어쩌면 지구에서 일어나는 생명활동은 그 활동만큼의 밀도를 축적하는 일이고 밀도를 축적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머나먼 훗날 그 활동이 크기만큼의 거대한 폭발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그 크기는 아마도 지금의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태양보다 도 더 밝게 빛나는 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나는 다시 원소주기율 표를 봤다. 그러자 원소주기율 표에 원소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마치 위대한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은 감동이 밀려왔다. 가슴이 뛰었고 내 눈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원소주기율표의 원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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