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듬 Dec 30. 2024

우당탕탕 항공권 구입

할인은 쉽게 받을 수가 없는 게 진리

여행의 시작은 항공권 예매로부터.


퍼스에 가기로 했으니, 먼저 항공권을 사기로 한다.


서호주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퍼스는 우리나라에서 직항이 없어서, 경유를 한 번 해야 한다. 직항 편이 있는 동호주로 갔다가 국내선을 타고 넘어가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호주의 다른 지역에까지 갈 생각은 없어서 논외. 우리는 싱가포르나 쿠알라룸푸르와 같은 동남아시아 공항을 경유하는 비행 편을 타기로 한다.

네이버 항공권에 검색을 해 보니, 퍼스에는 바틱에어, 말레이시아항공, 캐세이퍼시픽, 싱가포르항공, 베트남항공 등 많은 항공사들이 취항 중이다. 최저 60만 원대부터 100만 원 후반까지 다양한 가격과 가지각색의 소요시간.

자, 고민을 해 보자.

첫째, 일단 가격이 싸면 좋지만, 비행 여독이 심한 남편을 위해 저가항공은 피하기로 한다.
둘째, 경유 시 환승 대기 시간이 24시간을 넘기지 않으면 좋겠다.
셋째, 퍼스 도착 시간과 퍼스 출발 시간이 자정을 넘기지는 않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는 싱가포르항공을 타기로 한다.

ICN - PER : 24/11/5 23:15 - 24/11/6 12:35
PER - ICN : 24/11/16 13:50 - 24/11/17 7:35

갈 때는 14시간 20분, 올 때는 16시간 45분이 걸린다. 가는 편도, 오는 편도, 소요 시간이 더 짧은 항공편이 있었지만 갈 때는 퍼스에 오후에 도착하고 싶어서, 그리고 돌아올 때는 창이공항 구경을 하고 싶어서, 대기 시간이 넉넉히 있는 걸로 선택했다.



이제 예약을 할 차례. 간단하게라면 카드 번호나 입력하고 결제하면 될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싸게 예약하고픈 나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싸게 사려다, 우당탕탕 항공권 구입



(1) 결제 계획: 2인 기준 예상 항공권 값은 2,209,200원(2,143,800원 + 65,400(seat fee)). 이 중 작고 소중한 크리스 마일을 1,890 miles 쓰고 카드로는 2,190,883원을 결제할 작정이었다.

(2) 쏠트래블 카드로 결정: 싱가포르항공은 해외 사이트인데, 일반 카드를 쓰느라 해외 결제 수수료가 더 나올 걸 생각하니 속이 좀 쓰리다. 그럼 수수료 혜택을 받는 등 최대한 추가금이 나오지 않게 방어할 방법이 없을까. 아! 해외 결제 수수료가 없는 쏠트래블 카드로 결제하자!

(3) 원화 결제 결정: 검색 결과 싱가포르항공은 DCC 수수료가 붙어도 달러 결제보다 원화 결제(DCC)가 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쏠트래블로 원화 결제다!

(4) 쏠트래블 카드의 배신: 쏠트래블 카드로 아무리 결제 시도를 해 봐도 거절 메시지만 전송된다. 에러 코드는 P1002. 에러 코드를 검색해 보니 '해외 원화 결제 차단' 문제라기에 재차 카드 앱에서 원화 결제 차단을 해지해 본다. 가만 보니 돌아오는 비행 편(싱가포르-인천)의 예약률이 제법 높아 보여 조바심은 나고, 카드는 계속 말썽이고. 아무리 재시도 해 보아도 소용이 없어 진이 빠진다.

(5) 쏠트래블 카드의 비밀: 주말 동안 매일매일 좌석 현황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내다 월요일에 드디어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다.

"고객님. 쏠트래블 카드는 원래 원화 결제 차단 기능이 심어져 있어서, 원화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앱에서 해외 원화 결제 설정을 바꿔봐야 소용이 없단 얘기였다. 지금껏 아무도 나에게 그런 걸 알려준 적이 없었다고요. 고객을 보호하려는 정책이겠지만, 미리 안내는 해 주셨담 좋았잖아요. 다 포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예약은 해야 되니까 이대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

(6) 트립투로카 빠니보틀 카드의 발견: 해외 이용에 특화된 카드를 찾아 헤매다, 트립투로카 빠니보틀 카드가 11월까지 해외 결제 시 무실적 5% 할인을 해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해외 수수료 등 1.4%가량이 빠진대도 3% 정도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 요즘은 카드를 만들면 배송 전에도 앱카드로 결제가 되고, 롯데카드는 발송받기 전에 앱에서 cvc까지 카드 정보가 모두 확인이 되니, 바로 항공권을 살 수 있겠다! 좋아, 이거야. 발급 완료.

(7) 아멕스 카드의 배신: 카드를 만들고 롯데카드 cvc까지 확인했는데,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트립투로카 카드는 Amex 카드였던 것이다. 아멕스는 별도의 cvc 코드가 있는데, 그건 배송 전까지 확인이 안 된다는 거. 해외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앱카드 결제가 될 리도 만무하다. 그렇다고 카드 배송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조바심 나서 못하겠고.

(8) 할인 이벤트 탐색과 발견: 다시 검색에 돌입. 카드사들이 여행 부문 할인 이벤트를 이따금씩 하니, 혹시나 싶어 카드 앱을 이것저것 열고 뒤져본다. ! 하나 있다! 신한 마스터 카드, 최대 10퍼센트 할인! 이거다!

(9) 신한 마스터 카드 탐색: 신한 마스터 카드가 어딨더라. 지갑을 뒤져 보니 나오는 건, 다시 쏠트래블 카드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트립투로카 배송을 기다릴래, 신한 마스터 카드를 어떻게든 얼른 가져 볼래? 내 작은 마음은 조바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후자를 선택하게 한다. 신한은행에 전화해서 영업점에서 당일 발행 가능한 카드 중 마스터 카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내 손에 쥐어진 슈퍼쏠 카드.

(10) 결제 성공: 슈퍼쏠 카드로 드디어 결제를 했다. 드디어! 원래대로라면 2,190,883원을 결제할 예정이었는데, 2,075,883원을 결제했다. DCC 수수료는 3만 원 정도 더 붙었다. 결국은 9만 원 정도를 아낀 셈! 할인 금액을 따져보니 5%쯤 된다. 내가 이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가.


(사족) 트립투로카 카드는 결제 후 24시간이 안 되어 곧 배송이 되었다. 롯데카드가 카드를 발송했다는 알림을 주지도 않았었는데, 제법 빨리 왔네요... 아, 괜히 조바심 때문에 고생했나 싶었다가 번뜩 떠오른 사실. 슈퍼쏠 카드는 카드 자체적으로 해외 1퍼센트 적립도 더 있었지! 은행까지 다녀온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이었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쏠트래블 카드로 한 번에 결제가 되었다면 아마 할인을 받지 못하였을 테니 결과적으로 배신당했다고 말하긴 어렵고, 조금 번거로워지긴 했어도 득을 보았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항공권 결제의 수렁에서 벗어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제 진짜로 갑니다, 퍼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