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8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면 : 약속을 꾸준히 지키기>
1.
“내 말 못 믿어? 진짜 못 믿겠어?”
배를 갈라 속을 보여줄 수도 없고 정말 미칠 노릇이다. 이렇게도 진심 어린 말을 하는데 와이프는 도무지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상대가 까탈스럽다고 원망하지만 실은 자업자득의 결과다.
2.
“게임 딱 30분만 하고 나서 공부할게요.”
자녀가 공동의 타깃으로 새로 등장하면 부부는 번개처럼 의기투합한다. 어디 턱도 없는 이야기로 사람을 홀리려 드는가. 누가 장사 하루 이틀 하는 줄 아는가. 너의 시커먼 속내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부모가 자녀를, 아내가 남편을 믿지 못하게 될 줄이야. 3년 전 7월 24일 오후 5시 32분에 벌어진 특별한 그 사건 이후로 갑자기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을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지난 10년 동안 지붕 처마 끝에서 떨어진 빗물이 주춧돌을 때려 이렇게 깊숙이 패었다.
3.
신뢰라는 단어 자체가 실은 모호하다. 믿느냐 못 믿느냐를 놓고 말하면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라 판단이 어렵다. 측정 가능한 KPI 지표로 바꿔보자. ‘약속’이라는 단어가 좋겠다. 오늘 김대리가 약속한 기한에 맞춰 기획안을 가져오면 팀장은 김대리를 1만큼 더 믿게 된다.
신뢰는 약속이다. 단, 조건이 있다. 어느 한 시점의 약속만으로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가능하면 오랜 기간, 많은 횟수의 약속이어야 한다. n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만큼 신뢰 지수가 올라간다. 오늘 한 번 큰 마음먹고 30분 만에 컴퓨터를 끈다고 해서 엄마 아빠 의혹의 눈빛을 잠재울 수는 없다.
4.
“그럼 더 할 말이 많아요, 저는 평소에 정말 약속을 잘 지켜요.”
과연 그럴까. 재활용 쓰레기 버려 달라고 말할 때 ‘조금만 있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와이프가 버린 적은 없는가. 밥 먹은 그릇 씽크대에 넣어달라고 했는데 오늘 늦었다는 핑계로 후다닥 도망친 적은 없는가.
약속을 한번 정하면 웬만해서는 어기지 않아야 한다.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길 때마다 예외라며 변명해야 할 정도라면 처음부터 약속으로 정하지 말았어야 한다. 생각 없이 가볍게 약속을 정하는 자체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행동이다. 약속은 아무리 작더라도 나와 상대방 사이에 신용을 거래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5.
“기말고사 몇 점 받겠다는 약속은 못해요. 대신 다른 약속 몇 가지는 할게요. 제 방은 알아서 청소하고 아침에 침대 정리는 스스로 할게요. 벗은 옷은 빨래통에 넣고 양말은 제대로 펴서 넣을게요. 당장 오늘부터요.”
딱 일주일만 자신의 약속을 지켜보라. 놀랍게도 게임 30분 하겠다는 말이 통한다.
*3줄 요약
◯신뢰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수많은 약속들의 누적 결과다.
◯지킬 수 없거나 예외가 많은 일은 처음부터 약속으로 정하지도 말라.
◯작은 약속이라도 꾸준히 지켜야 신뢰가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