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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사람들

[고전 읽기] 09. 레 미제라블

by 야옹이 Apr 27. 2023

식기를 훔친 장 발장에게 미리엘 신부가 은촛대까지 챙겨 주며 용서를 베푸는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한 장면이다. 장 발장은 굶주리는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쳤다가 19년간이나 감옥살이를 한다. 감옥에서 나와 의지할 곳을 찾아다녔지만 여관에 들어가 쉴 수도 없고,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감옥에서 노역해 받은 돈을 내겠다는데도 마을 주민들은 그가 범죄자였다는 사실만으로 외면하고 내쫓았다. 장 발장은 마침내 안락한 움집을 발견하는데 알고 보니 개집이었다. 그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한테서도 내쫓김을 당한다.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범죄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심했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거리를 헤매던 장 발장이 우연히 찾아든 성당은 마치 그를 기다렸다는 듯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그곳에서 미리엘 신부를 만난 장 발장은 자신이 감옥에서 막 나온 범죄자라고 고백하며 잠자리르 부탁한다. 신부가 기꺼이 방과 음식을 내주자 그는 고맙고 부담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한다. 신부는 그를 '형제'라 부르며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쉴 곳을 드릴 참이었소. 이 집에서 묵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소. 그저 고통 속에 있는지만 물을 뿐이오. 당신은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목이 마른 사람이니 이 집에 잘 오신 겁니다. 여기는 피신처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집이랍니다."


그런데 장 발장은 그런 은혜를 입고도 신부의 은식기를 훔쳐서 달아난다. 경찰에게 잡힌 그를 보고 신부는 오히려 그의 딱한 처지를 걱정하며 은촛대까지 챙겨준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불우한 사람들' 이라고 풀이된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불우한 사람들' 이라고 풀이된다. 제목의 뜻 그대로 '레 미제라블'에는 빵을 훔친 죄로 평생 배척당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의 불우한 삶이 그려진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빈곤' 때문이며, 그 빈곤의 책임은 바로 사회에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범죄는 사회의 부조리와 무관용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범죄를 저지른 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빈곤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어린이, 하인, 저교육층'이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것도 '남편, 아버지, 주인, 고소득층, 고교육층' 같은 기득권층의 책임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라는 말의 저작권은 위고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으로 위고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상 교육' 이었다. 무상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사회의 죄악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레 미제라블'에는 이러한 신념을 지닌 빅토르 위고의 약자에 대한 연민과 관용의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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