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저는 결혼 10년 차 며느리로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그 누구라도 붙잡고 '나 이렇게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또 위로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다음의 며느리 카페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며느리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하루하루를 어렵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며느리들에게 문득 저의 친정엄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무남독녀 귀한 딸로 태어나서 18살 나이에 시집을 오면서 겪게 된 엄마의 시집살이 이야기. 20살 나이에 자식을 하나 둘.. 낳다 보니 5남 7녀 열두 남매였다는 이야기. 배우지 못해서 무식하다고 남편에게 구박을 받아야 했기에 딸들도 아들들 못지않게 교육을 시키고자 고생해야 했던 이야기.
저의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며느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그 카페에 글을 썼습니다.
하루에 한편 글을 올리다 보니 저의 새로운 글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카페의 어느 동생이 저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언니, 다음 칼럼을 개설해서 그곳에 언니의 친정엄마 글들을 차곡차곡 모으세요. 이곳 카페 게시판에는 언니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글을 올리기 때문에 그 사람들 글과 언니 글이 섞이잖아요. 칼럼에는 언니의 글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책을 출판하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게 해서 2001년 다음 칼럼에 '38살 주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칼럼을 개설을 해서 그 공간에 저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의 칼럼을 구독하는 회원이 600여 명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리고 저에게 칼럼 개설을 권유했던 동생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저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을 하면서 '사는 이야기'에 100편이 넘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칼럼에서는 2002년 하반기에 칼럼 서비스를 중단하고 다음 블로그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한다고 해서 저의 칼럼 '38살 주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도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다음 브런치가 서비스를 제공하던 2015년에 저도 브런치 작가로서 몇 편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웰다잉 강사로 활동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일보다 말로 표현하는 일이 더 쉽게 느껴졌는지 글을 쓰는 일에서 잠시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브런치는 저에게 차츰 잊혀 가는 공간이었습니다.
어느 때인가는 브런치에 너무 오랫동안 접속을 하지 않았다고 서비스 제공이 중단된다는 메일이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8월 15일 이후 코로나로 인하여 진행하고 있던 저의 모든 강의가 일시 중단이 되면서 브런치는 저에게 새로운 활동공간이 되었습니다. 하루에 한편 새로운 글을 올려 보자는 생각으로 아주 가벼운 내용의 '아롱이일기'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무거운 빚으로 남아 있는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웰다잉 강의를 하다 보면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저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가 '친정엄마의 자서전'을 출간하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아직도 출판을 하지 못한 제가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친정엄마의 자서전 출판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말로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이곳 브런치에서 그동안 써 왔던 글을 새롭게 가다듬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꿈으로만 간직했던 '친정엄마의 자서전' 출판에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 선 것 같습니다.
브런치 북을 발간하기 위한 작업으로 그동안 쓴 엄마의 글을 고르고 골라 목차도 작성해 보았습니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는 낯선 작업이었지만, 정말 제가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출판하는 것 같아 뿌듯한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동안 이곳 브런치에서 저의 글들을 읽어 주시고 작가의 진솔함을 느꼈다는 분, 꼭 엄마의 자서전을 출판하기를 바란다는 분, 자서전이 출판되면 책을 사서 보겠다는 분, 엄마의 이야기에 위로가 되었다는 분, 자신도 당당한 엄마로 살고 싶다는 분, 저의 엄마를 자신의 멘토로 삼고 싶다는 댓글 등에 저는 많은 힘과 용기를 얻어서 오늘 브런치 북 발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나의 열두 남매에게 쓰는 편지'는 10년 전에 저희 12남매 곁을 떠난 엄마께서 지금 살아계신다면, 5남 7녀 12 자식에게 어쩌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제가 엄마의 마음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이 '나의 열두 남매에게 쓰는 편지'가 브런치 북 발간으로만 끝나지 않고, 꼭 책으로 출판이 되어서 많은 분들과 저의 손에 와닿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