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칼국수를 엄마와 후루룩후루룩 먹고 싶다.
오래간만에 자전거 타고 출근했는데 코 주위가 북극이다. 동료가 타준 따뜻한 유자차로 하루를 시작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시간은 참 빠르다. 활시위를 떠난 것처럼 쏜살같이 빠르다. 아침 일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동료들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날이 차가우니 뜨끈한 국수가 어떻겠냐며 제안했고 우린 흔쾌히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국수다.
국수. 어릴 때 일이다. 나는 국수가 참 싫었다. 왜 이렇게 싫었는지, 국수가 밥상에 올라오면 눈엔 무턱대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특히나 엄마가 라면 끓일 때 국수도 함께 넣어 끓이면 더욱 속상했다. 그 맛난 라면에 국수를 넣다니, 이건 테러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엄마가 어찌나 미웠던지. 부모님과 먹는다 안 먹는다 실랑이했던 기억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엄마의 마지막 맨트는 항상 이랬다.
선태야. 넌 국물에 밥 말아먹어라!
이런 이야기를 함께 운동하는 형님들께 했던 적이 있는데, 통닭을 뜯으며 내 이야기를 듣던 형님이, 야! 선태는 잘 살았네. 라면도 먹고, 하는 게 아닌가. 그때도 서운했다. 마치 국수에 라면을 넣어서 먹는 느낌이랄까. 좌우당간 어제도 오늘도 무지 춥다. 따뜻한 국수 국물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었긴 든 모양이다. 이제는 물국수도 비빔국수도 칼국수도 맛있다. 이번에 군산에 가면 엄마에게 칼국수를 해달라 해야겠다. 이제는 힘이 부치다면 칼국수를 못하시는 엄마다. 내가 할 테니 방법만 알려달라 해야겠다. 그리고 뜨끈한 칼국수를 엄마와 후루룩후루룩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