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험

by 김선태

가슴 뻥 뚫리는 곳에 가고 싶다고 한 아내와 찜질방에 다녀왔다. 가슴 대신 땀구멍이라도 뻥 하고 뚫어줄 요량이었다. 우리 부부는 늘 그렇듯이 이 방 저 방을 사이좋게 돌아다닌다. 아내는 솔찬히 뜨거운 고온방에도 거리낌 없이 들어간다. 아내가 고온방 거적을 젖히며 나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당신 한텐 고온방이 힘들텐디..."

자존심 강한 나는 망설임 없이 아내 뒤를 따른다. 그 덕분에 모든 땀구멍은 무장해제 된 지 오래되었다. 고온방에서 연신 육수를 흘리는 나를 아내가 바라본다. 아내의 실실 웃는 모습에 내가 쪼끔 긴장한다. 아내가 게슴츠레 눈을 뜨며 미간을 좁힌다. 주변을 의식한 듯 모기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보! 땀 찍어서 먹어봐요. 짠가 안 짠가."

"당연히 짜지 여보!"

"그래도 땀을 많이 흘렸으니깐 안 짤 수도 있지."

"긍가?"


나는 아내의 유혹에 홀딱 넘어갔다. 손가락으로 이마를 '콕' 찍어 혀 끝에 가져갔다. 순간 내 얼굴의 자잘한 모든 근육이 혀끝으로 모였다. 쭈뼛하게 나왔던 혀 끝을 두툼한 입술이 미끄러지듯 훑는다. 볼테기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짜다. 그것도 겁나게 짜다. 나는 찌푸린 얼굴을 돌려 아내 얼굴에 레이저를 쏘아붙인다. 아내는 큭큭 거리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바쁘다. 좌우당간, 나는 아내말을 잘 듣는다. 착한 남편이다.


한편, 찜질방 바닥에 누워 조금 전 과학실험 복기 중에 순간의 깨닮음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엉뚱깽뚱한 행동이 사랑하는 사람을 웃게 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린 가끔 바보가 되어도 좋다. 그게 넉넉함이다. 곁을 내어주는 마음씀이다. 오늘도 바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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