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전투

by 김선태

요 며칠 전 일이다. 라면이 급 당겨서 두 개를 사 왔더랬다. 싱크대 앞에서 부시럭대는 남편이 궁금했는지 아내가 다가왔다. 검은 기운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자칫 잘못하면 라면을 못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나의 손놀림은 바빠졌다. 가까이 다가온 아내가 냄비 속 라면물을 바라보고 묻는다. "라면 먹게? 몇 개를 먹을라고?" 나는 아내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당당히 말했다. "두 개" 아내는 늘 그렇지만 빠르게 응답한다. 그 속도는 5G다. "안돼. 한 개. 지금 밥하고 있으니깐 밥 말아먹어요." 나는 못 이기는 척 아내말에 동의했다. 딴지를 더 걸었다간 라면구경을 못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라면 익어가는 소리가 보글보글 들릴 때였다. 나의 동공은 바쁘게 움직였고 아내의 동태를 살폈다. 남은 라면 하나를 은폐시켜야 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번엔 아들 녀석 방에 숨겨놨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어떻게 찾아냈는지 지놈 뱃속에 나의 라면을 넣었다. 두 번의 실수를 반복하기 싫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했는데... 어디가 좋지?'


나는 다용도실과 싱크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했다. 아내 턱밑에 숨기기로 했다. 싱크대 구석 서랍에 넣었다. 아내가 자주 열어보지 않을 수납공간을 선택하고 나의 라면을 세워 넣었다. 높은 곳에서 수납공간을 열어 보더라도 벌렁 누워있는 라면보단 반듯이 서있는 라면이 유리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딱 이틀 지났다.


아내 턱밑은 등잔 밑이 아니었다.


어제였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아내다. 내가 숨겨놓은 라면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딴 데 숨겼다며 남편을 약 올린다. 급기야 댄스까지 추어댄다. 퇴근하고 집에 가니 아내는 오프라인에서도 춤을 춘다. 도대체 어디에 숨겨야 나의 식량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오호통재라. 해서 말인데.... 여보게 친구! 장소 추천 좀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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